[2023 고흥지역문화포럼] “새로운 연결의 시작, 많이 탐색하고 나누며 또 만나요” 전북 고창 이지연 기획자

데모스X
발행일 2024-01-19 조회수 32
지역문화컨퍼런스

“새로운 연결의 시작, 많이 탐색하고 나누며 또 만나요”

― 전북 고창 이지연 기획자
 

* 본 게시물은 "지역문화컨퍼런스 in 고흥" 플랫폼에 업로드 된 현장 기록을 스크랩한 것임을 알립니다.


농촌은 보다 다양한 문화적 상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지연 씨가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된 질문이었다. 이미 모든 것이 완성돼 빽빽한 틀이 가득한 도시보다 여백이 있는 농촌에서 보다 자유롭고 즐거운 문화 기획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였다. 그런 꿈을 안고 3년 전 전북 고창으로 이주한 이지연 씨. 그는 고창뿐 아니라 강원 철원과 양양, 전남 해남․고흥 등 여러 지역과 협업하며 느슨한 연대를 실행하고 있는데 이번 고흥지역문화포럼에서는 협력 기획자로 함께하며 현장의 완성도를 톡톡히 책임졌다. 포럼이 끝난 후 그를 만나 이번 포럼에 대한 소회와 지역에서의 삶,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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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으로 이주한 계기, 고창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고창에 오기 전까지 계속 서울에서 활동했어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동대문옥상낙원DRP(Dongdaemun Rooftop Paradise) 공동운영자로 활동했는데요. 무척 즐거운 활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삶, 또 이미 모든 틀이 완성된 도시에서 활동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 갈증을 느끼고 있었죠. 옥상낙원 운영은 서울이라는 빽빽한 공간이 주는 삶의 압박을 벗어나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그게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였어요. 여백이 많은 지역에서라면 보다 확장된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던 거죠.
고창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예술가 친구를 통해 이곳에 처음 내려왔어요. 무엇보다 고창의 자연에 늘 감탄하고 있죠. 누군가 인위적으로 디자인하고 만든 도시에서 살아와서인지 자연의 아름다움이 굉장히 크게 느껴져요. ‘장소’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게 됐고요. 원래 서울에서의 저는 ‘세련된 소비자’였거든요. 내 취향에 맞는 공간을 찾아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었지, 어떤 공간을 진정 애정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지역에 와서는 ‘장소’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스스로도 많이 달라진 게 느껴져요.
지역의 자연을 많은 이와 느끼고 공감하고 싶어 이런저런 활동을 만들기도 했어요. 숲 속을 걸으면 들리는 새 소리, 물 소리, 바람 소리 같은 것을 전광표 사운드작가님과 협업해 채집했고요. 고창 지역 초등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운영했죠.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과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아채는 연습을 같이 하고 싶었거든요.
 
고창에서의 지난 3년의 시간이 본인에게 많은 변화를 남긴 거 같아요.
 
맞아요, 저 스스로도 여백이 많아졌다고 느껴요. 저는 원래 욕심도 많고 뭐든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항상 스스로를 들들 볶아댔죠(웃음). 고창에 와서는 그런 여백이 있는 장소들, 야생적인 자연을 만나면서 저 역시 여백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늘 다잡고 있어요. 어떤 성과나 외부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고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예전의 저라면 ‘이것 밖에 못했나?’ 싶었을지 모르는데 지금은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하는 마음도 들어요.
 
이번 고흥 포럼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 기획자 아랑(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안연정 CSO)의 초대를 받아 합류했어요. 동대문옥상낙원 때부터 응원해주시던 분이죠. 생각해보면, 아랑은 저를 늘 호기심으로 대해준 선배였어요. 저는 타인을 궁금해하는 감각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제 이야기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좋은 질문과 따뜻한 응원으로 제 맥락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선배 기획자이죠.
최지만 총괄감독님과의 인연도 있고요. 역시 동대문옥상낙원 활동 때 처음 만났는데, 최지만 감독님께는 지역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늘 배우고 있어요. 최 감독님은 지역을 무대가 아닌 ‘터’로 여기는 기획자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존재하는 지역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지금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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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럼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멀리 있는 고흥까지 오시는 만큼 ‘환대’ 그리고 ‘좋은 질문을 공유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고흥은 제 외가가 있는 지역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고흥’ 하면 늘 할머니, 할아버지께 넘치도록 받았던 사랑이 떠올라요. 지금은 절친한 친구가 고흥에 살고 있기도 하니, 고흥은 저에게 늘 환대의 지역이었던 셈이죠. 제가 고흥에서 경험한 환대의 기억을 이번 포럼에서 조금이나마 구현하고 싶었어요.
포럼 ‘환대의 식탁’에서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담당해주신 정인숙 선생님, 포럼 홍보물 등 전체 디자인을 맡아준 해변의카카카(남해)와 많은 소통을 하며 포럼이 진행될 공간 기획과 식사 등 전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 소박한 다과상을 준비했는데, 모두 짜이 맛있게 드셨을까요?(웃음)
온라인으로 진행된 ‘관계데이터 플랫폼’ 질문도 선배들과 함께 열심히 설계했어요. 좋은 질문이 좋은 대화, 그리고 좋은 관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전국의 지역문화생산자들이 그렇지 않아도 바쁜 연말에 시간을 내주시는 만큼, 유의미한 이야기가 기록될 수 있도록 질문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려웠어요. 전국 지역문화생산자들에게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거든요(웃음).
 
포럼을 모두 마친 소감은 어떠신지요

당장 행사는 끝났지만 이게 또 다른 연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지역 활동은 몰입도가 꽤 높아서 다른 지역을 살펴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인스타로만 틈틈이 소식을 접하던 분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니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SNS 피드로는 충족되지 않는 갈증이 관계데이터 플랫폼과 포럼 현장을 통해 어느 정도 채워졌고요. 그랬더니 더 궁금해지더라고요(웃음).
특히 관계데이터 플랫폼에 기록된 이야기 중에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문장이 정말 많아요. 지역문화생산자들 각자의 서사를 보며 많이 공감하고, 위로 받고, 배웠어요. 지역에 대한 다양한 관점, 맥락,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걸 새삼 또 알았고요.
 
앞으로 고창 그리고 지역에서 해나가고 싶은 일은 어떤 걸까요?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공유해주세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잠시 자신을 멈추고, 나와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그런 시간이 필요하고요. 바쁜 삶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기에 지역은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해요. 나와 몸,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안에서 우리가 상실한 연결 감각이 무엇인지 계속 탐색하고 나누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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