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 빈칸을 채우다] 3. 경남에서 #생태_로 연결되고 채워지는 이야기

데모스X
발행일 2024-04-03 조회수 224
지역생활실험실@055

055, 빈칸을 채우다

3. 경남에서 #생태_로 연결되고 채워지는 이야기

'055, 빈칸을 채우다' 지역생활실험실@055*의 9개 프로젝트가 채워나가는 경남의 매력, 그리고 새로운 연결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24일에는 경남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가진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연결해서 더 나은 경남을 위한 로컬 지식 위키로 만드는 ‘055 연결의 현장'을 진행했는데요. 그 현장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채롭게 빈칸을 연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선보입니다.

* '지역생활실험실@055'는 경남이 가진 매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지역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을 통해 도전을 시도하는 리빙랩 프로젝트입니다.


> 밀양 가치쓰제이. ‘같이 사는 지구,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생태전환 플랫폼이다. 지역 내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전지구적인 협력과 변화에 공감하는 이들이 만났다. 밀양의 ‘구수하이’ 팀은 곡물 자급률의 중요성, 토종씨앗의 가치, 지구농부의 소중함을 곡물 간편식에 담는다. 일반 시민들과 생명다양성과 생태감수성의 중요성과 가치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함이다. 함안의 ‘맛있게쌀!자!’ 팀은 농사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농산물을 구매해 판매한다. 이를 통해 고령 농가의 소득을 증대하고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건강한 지구는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경남 지역에서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두 팀을 만났다.

 

> 구수하이 배정희(밀라), 맛있게쌀!자! 양예나(예나).

 

경상남도에서 어떤 일이나 활동을 하고 있으신가요? 지향하는 가치를 이야기해주셔도 좋고요.

구수하이 배정희(이하 밀라)

제가 살고 있는 밀양의 동백나무, 공벌레 모두 같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생명체예요. 자연과 사람이 다르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우리가 처한 많은 환경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가치쓰제이 협동조합을 만들었죠. 같이 사는 지구에서 가치 있는 소비를 하자는 마음으로 생태전환 플랫폼을 꿈꾸고 있습니다.

맛있게쌀자 양예나(이하 예나)

농사 과정이나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잉여 농산물을 판매해서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고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소소한 규모의 농산물은 개인이 알아서 운송해 파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40kg 포대를 들어서 트럭에 싣고, 무게를 계산해서 시세보다 높게 쳐 드리죠. 한 동네를 돌고 나니까 다른 동네에서도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때 이 사업을 브랜드화하고 잘 판매한다면 고령층 농민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지금은 함안군에서 지원을 받아 쌀 도정과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차후에는 가정집마다 정기배송을 시켜주고 싶어요.

> 유자차의 따스함처럼 두 사람의 차담도 열기를 더해갔다.

 

농업이나 먹거리를 활용해 지속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시네요. 밀라님은 지역생활실험실@055에서 ‘구수하이'팀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 활동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밀라

저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쌀이나 잡곡을 먹는 방식’이에요. 나와 가족, 활동가들,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다 건강하면 좋겠어요. 다만 그것은 지구의 건강을 전제해야만 가능해요. 그래서 보글말랑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막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거에요. 기후 위기로 인해 가장 위협받고 있는 분야는 농업이죠. 현대인들은 바쁘지만 건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거든요. 맛있고 영양분 있는 음식, 그게 사람들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매개 지점이죠. 통곡물이 얼마나 중요하고, 농사 방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는 맛있는 게 필요하죠.

현대인들은 통곡물(현미 등)을 먹어야 하는데 백미를 먹어요. 아무래도 꼭꼭 씹어 먹기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요. 하지만 영양과 건강을 위해 통곡물을 꼭 챙겨먹어야 해요. 현미밥을 먹으라면 어려우실테니 통곡물을 간편식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꾸려보고 있어요. 비건 식단을 지향하다 보니 우리 콩을 이용해 두유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요거트와 발효 장, 소스 등을 만들어요. 현미로 증편을 만들고 채소랑 같이 샌드위치 겸 한 끼 식사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볶음 곡식을 만들어 그래놀라로 두유와 함께 먹을 수도 있어요. 이렇듯 간단하게 통곡물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상의 지구 환경이나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자연재배 토종 품종도 지향하고 있어요. 특별한 뜻을 품고 자연재배를 하는 농부 분들이 계세요. 그 분들의 농산물을 최대한 영양분을 함유한 상태로 현대인들이 먹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게 저희가 하려는 것이에요. 우리는 모두 ‘밥상농부’이자 지구의 농부예요. ‘밥상에서 밥을 먹으면서 농사를 짓는다’는 개념이죠.

 

> 가치쓰제이의 비건 쌀 식빵과 유자차.

 

앞으로의 남은 활동이 더욱 기대되네요. 이번엔 두 분께 함께 여쭤볼게요. 두 분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려는 욕구와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현실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는지 궁금해요.

밀라

제 동료 활동가들 중 이 일을 가지고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생계나 이런 것들을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웃음)

예나

저는 먹고 살 정도의 수익이 필요하지만, 딱 그만큼만 있으면 돼요. 넘치는 에너지로 더 많이 활동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일 거에요. 40살이 되기 전에 제 인생을 불태울 기회라고 생각해요.

저는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스타일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먹고 싶은 거 한 개라도 더 사 먹을 수 있으려면 이분들에게 돈이 더 가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략가의 역할을 할거에요. 사람들의 필요를 맞춰서 소비가 일어나게 하고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게 하는거죠. 제가 저 혼자 잘 먹고 사려고 열심히 사는 것 보다는 이런 일이 너무 좋더라고요. 소비자와 농가가 서로 만족하는 거래를 하면 기분이 좋고 행복해요.

 

> 서로가 꿈꾸는 더 나은 미래가 교차했다. 즐거움도 배가 됐다.

기후위기가 우리 먹거리와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죠. 예나 님께서 실제로 발견하시거나 경험해 보신 게 있으셨을까요?

예나

작년 여름에 비가 많이 왔던 거 기억나세요? 농사 현장에서는 초토화였어요. 메론의 생산량이 평균의 50%밖에 안 된 거예요. 이러다간 식량난이 온다고 사람들에게 말해도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 자기랑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마트에서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우리가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논해보면, 잉여 농산물을 적재 적소에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맞춰서 잘 보내고, 토종 씨앗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밀라

밀양에 있는 채소 농부가 있어요. 여성 혼자 유기농 재배를 하시는 농가에요. 기상이 안 좋을 때는 생산물이 적죠. 하지만 조금 날씨가 바뀌면 케일 같은 농작물들이 너무 많이 자라요. 농작물이 자라는 속도만큼 주문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따서 그냥 버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아깝잖아요,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을 시켜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필요할 것 같은 분들한테 연락해서 주문을 받아드려요. 이렇게 연결이 되는 시스템이 지역에서는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농부가 힘들지 않아야 돼요. 농사짓기도 힘든데 소포장을 다 언제 하겠어요. 

예나

농부가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해요. 관이나 민간 차원에서 그런 역할을 해줄 정거장을 만들어준다면 좋겠어요. 약간 다른 아이디어도 있는데, 정기 배송 서비스에요. 매주 수요일마다 꾸러미를 정기 배송해주는 거에요. 한 달에 10만 원을 주면 매주 3만 원짜리 꾸러미를 집 앞에 갖다 주겠다는 겁니다. 오늘 포도가 남을지 내일 수박이 남을지 모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과일이나 채소를 고를 수는 없겠지만요.

밀라

전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우리가 먹는 것 자체가 육식 중심으로 가면은 식량의 낭비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제대로 먹기만 하면 적은 농산물로도 충분히 맛있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어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남는 신인류의 방식이죠.

농민들에게도 기후위기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농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설득을 해야해요. 밀양만 해도 친환경 농업, 자연 재배를 하는 농부들에 대해 사람들이 사회에서 인정해 주지 않아요. 그렇게 하는 농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알리고 격려해야 해요. 이렇게 해야 우리가 기후위기에 살아남고 탄소 중립으로 갈 수 있다고요.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를 설명할 때엔 사뭇 진지해졌다.

 

정책적, 공동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밀라

독일에 가면 정말로 농촌의 풍경이 아름답거든요.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보호하는 거예요. 독일도 농사를 짓는 인구가 굉장히 줄어들고 있지만, 이쪽 농부들은 자부심이 있어요. 사회적으로 인정을 해주는 거죠. 농촌 경관을 지키고 식량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정책적인 지원이나 생활적인 지원을 많이 해줘요. 기후 위기에 따라서 농사의 방식을 전환하는 것, 그 결과를 온전히 개인이 책임을 져야 된다라고 하면 누가 바꿀 수 있겠어요? 우리를 외적으로부터 지켜주는 군인처럼, 농부들을 식량을 지켜주는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해요. 그래야 농부들도 두려움 없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죠. 사명감 같은 것도 생길 것이고요.

예나

맞아요. 농부들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이 있으면 좋겠어요. 시도를 해봐야 좋은지 안 좋은지 아니까요. 시도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과정이 좀 어렵고 힘들죠.

밀라

헤드쿼터처럼 이 과업을 끌고 갈 구심점도 있어야 돼요.

 

> 즐거운 상상과 함께 웃음도 배가 됐다.

 

생태, 먹거리, 농업, 밥상 등의 측면에서 연결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밀라

연결이 아닌 것이 없는데 연결이 안 돼 있으니까 연결을 시켜야해요. 저의 관점에서 이 단어들은 모두 하나에요.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밥상에서 농업을 생각하지 않고 농업에서 생태를 생각하지 않아요. 맥락을 생각하지 않으니까 연결이 안 되는 거예요. 이게 얼마인지, 성분이 무엇인지에만 집중하잖아요. 연결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자꾸 생겼으면 좋겠어요.

예나

맞아요, 연결에 집중해야 해요.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농사를 짓고 누군가의 며느리가 그 농산물을 사고 누군가의 손자가 농산물을 먹어요. 그래서 농산물을 둘러싼 우리 모두가 식구라고 생각해요.

 

생태, 먹거리, 농업, 밥상 등 모든 요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소비자, 농가, 정부, 공동체가 연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농업과 먹거리 시스템, 농민의 역할과 가치가 변화하기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 글, 사진 : 차종관
대학언론인, 기자 이후의 삶을 모색 중인 청년. 언젠가 문제해결 비즈니스를 일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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