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흥지역문화포럼] 인터뷰 | 기획자의 한 마디 | 최지만 고흥군 문화도시 총괄감독

데모스X
발행일 2024-01-17 조회수 32
지역문화컨퍼런스

“지역을 문제로 규정하는 대신, 개인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간 만들고 싶었죠”

― 최지만 고흥군 문화도시 총괄감독
 

* 본 게시물은 "지역문화컨퍼런스 in 고흥" 플랫폼에 업로드 된 현장 기록을 스크랩한 것임을 알립니다.


때로는 소소한 이야기가 큰 힘을 발휘한다. 서로의 얼굴을, 서로의 이름을, 서로의 이야기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고흥지역문화포럼은 이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온라인 포럼(‘관계데이터’)을 더해 현장에 오지 못하는 지역문화생산자들까지 아울렀다는 것 역시 참가자들의 기억에 깊이 새겨졌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연결의 감각을 확대한 셈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름깨나 날리는 로컬씬의 (이른바) 유명 인사를 간판으로 내걸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에 집중한 배경 말이다. 사실, 늘 ‘사람’이 중요하다면서도 현장을 지키는 얼굴을 쉬이 간과하고야 마는 게 또 우리의 일상이 아니던가.

단 한 사람의 참가자도 빼놓지 않고 마이크를 들게 한 포럼, 그 한편에서 흐뭇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 고흥군 문화도시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최지만 총괄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반적인 포럼, 컨퍼런스 현장과는 내용과 진행 방식이 사뭇 달랐는데요. 이렇게 기획한 이유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역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한 정책이나 관련 사업이 여럿 진행되고 있죠. 그중에서도 문화적 정주여건이나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등을 ‘해결할’ 목표로 삼는 문화 기획 사업이 많고요. 하지만 지역 문화를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문화적 일’이라는 게 어떤 정책 사업이나 프로그램 방식으로만 생각되다 보니 접근법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역이 자꾸 ‘문제가 있는 곳’ 혹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인식되는 상황도 편치 않았습니다. 지역 정체성, 지역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기 위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죠. 여기서 저희가 주목한 게 바로 이야기, ‘서사’입니다. 지역소멸과 같은 담론은 결국 ‘서사의 소멸’과 연결돼 있다고 보는데요. 관계인구니, 정주여건 개선이니, 문화복지권이니 하는 이야기가 계속 등장하지만 결국 핵심은 ‘구체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전문가 발제나 토론을 통해 지역 문화 현장을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칫 이 과정에서 지역을 대상화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내 지역을 ‘문제’로 인식해 온 것도 이 때문이겠죠.

저희는 이번에 지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문화생산자 개인의 서사를 모으는 것에 집중했어요. 이 개인들의 서사를 통해 지역의 서사가 만들어지니까요. 마치 세포가 모여 몸을 만들고 몸들이 모여 관계, 장소, 권리 등을 이루는 것처럼요.

이미 충분히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지역의 서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이번 포럼의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참가자가 모두 마이크를 잡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탄생할 수 있던 거군요. 무척 인상적으로 지켜봤습니다.
보통 ‘지역 문화’를 이야기할 때 공간이나 정책, 사업 중심으로만 담론이 이야기되니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자꾸 ‘지역’을 ‘문제’로만 보고 ‘대안’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정말 ‘문화적’인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죠. 그런 식으로는 제대로 된 문화적 공론장이 이루어지기도 어렵다는 생각이고요. 전체 참여자 모두가 마이크를 잡는 방식으로 문화적 의지를 표명해 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지역에서 문화 생산자로 활동하는 바탕에는 ‘모든 이가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믿음과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총괄감독으로서도 남다른 인상을 받으신 거 같아요.
각자의 리듬, 호흡, 언어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기 다른 언어적 방식 안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표출됐다고 보고요. 다행히 저뿐 아니라 참석하신 다른 지역문화생산자들도 현장을 즐기며 행복해하셨다고 느꼈어요. 일단은 만족스럽습니다(웃음).
 
온오프라인으로 이번 포럼에 참여한 전국의 문화생산자들이 100명을 넘습니다. ‘개인의 서사’를 중시한다고 했는데, 포럼에 함께할 지역문화생산자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지역에서 자기 주제나 정체성, 장소성 등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고 이를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을 모시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이들이 나눠줄 서사가 명징하게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정책 중심의 활동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충분히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포럼을 함께 준비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함께 ‘관계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그 서사를 축적할 수 있던 것도 개인적으로는 참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도 많이 받으셨을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총괄감독님이 고민하는 ‘서사’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의 활동, 장소, 기억 등 모든 것에 서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철학이나 가치일 수도 있고요. 자기만이 갖고 있는 문제, 키워드 같은 것도 서사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저는 서사 자체를 규명하고 주목하기보다 각각의 활동을 통해 펼쳐나가는 이야기, 관계, 주제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일종의 자기 정체성, 자기 주체성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테고요. 이건 개개인 간에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 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받아들이는 작업이 필요한 거죠.
지역의 미래를 다루는 문제는 바로 이 서사, 구체적 주체성을 가진 이들을 주목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로컬의 미래는 00이다’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등장하고 그들이 다양하게 자기 발언을 하면서 그 가능성에 주목하는 거요. 어떤 변화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은 엄청나게 흥미로워진다고 보거든요.
 
종종 ‘다양성’이라는 말로 무수히 많은 것이 하나로 묶여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드네요. 마지막으로 새해 고흥의 문화도시 관련 사업‧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지만,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이 계속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이와 관련한 활동을 만들게 될 거 같아요. 지역문화생산자뿐 아니라 지자체, 행정에도 자극이 되는 활동이면 좋겠고요. 그동안 고흥에서 해왔던 활동과 그 근간은 같되 이를 보다 더 즐겁게 확대할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이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동료’일 텐데요. 다양한 영역과 지역에 있는 동료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연결을 돕는 작업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고흥처럼 작은 지역이 오히려 이런 활동의 가능성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이 쌓여 시민문화자산이 되겠죠? 이걸 쌓아가는 방법과 과정을 새해에도 고민하며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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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 박누리(월간옥이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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