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민주주의 항해일지 1.0 | 9화. 빠띠 크루가 말하는 시민협력플랫폼

데모스X
발행일 2023.04.18. 조회수 485
서울특별시 민주주의서울 열린정부

지난 1화부터 8화까지, 민서의 경험에 이어 ‘협력과 신뢰로 지속가능한 사회’와 ‘시민협력플랫폼’을 실현하기 위한 빠띠의 다양한 시도를 전했습니다. 여전히 시민협력플랫폼이 어렵나요? 이실직고하면, 시민협력플랫폼은 빠띠 내에서도 어렵고 아리송한 존재입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빠띠 크루들은 가끔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빠띠의 데모스엑스본부 크루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협력플랫폼에 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마지막 9화에서 살펴보시죠.

시민협력플랫폼. 너는 누구냐!

진행_ 여러분, 반가워요! 모두 잘 지내고 계시죠. 원래 작게 진행하려 했던 대화의 자리가 많은 분의 성화 덕분에 규모가 커졌네요.(웃음) 모두 원고 작성과 인터뷰 작업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민협력플랫폼이라는 게 기존에 없던 개념이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모두 잘 해내셨어요. (박수) 저도 오랜만에 글쓰기의 쓴 맛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시민협력플랫폼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넘어가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글에서는 ‘시민이 자신의 공동체나 지역의 공론장에 참여해 협력적으로 소통하고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과정이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는데요.

시스 : 좋습니다. 조금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해볼게요. 저희가 2018~2019년에 ‘민주주의 서울’(민서)을 운영했잖아요. 당시 민서가 목표로 했던 최종 단계는 ‘누구나 제안하고 함께 숙의한 결과를 시민이 직접 실험해보며, 이 실험 결과를 가지고 다시 시민과 기관이 함께 숙의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하면 조례, 법률, 예산확보, 현행 정책 보완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어요. 이런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을 시민협력플랫폼이라고 정의했던 것이고요. 그 첫 단계로 정책을 발안하고 숙성시키는 단계에서 시민의 관여도를 높이는 단계를 도입하는게 민서의 첫 단계였습니다. 비록 민서를 통해 최종 단계까지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빠띠에서 이어나가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 중이고요.

단디 : 최근 2년 동안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시민참여, 협력 개념을 쓰지 않더라도 주민참여사업 경험이 많은 기초단위에서는 빠띠의 시민협력플랫폼 모델을 고민하거나 만들려고 하고 계시더라고요. 민서 때만 해도 다들 먼 산 보듯이 이야기 하셨는데 말예요. (웃음) 지금 서울의 한 자치구와 온라인 주민참여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데요. ‘제안이 주민의 투표(숙의)와 실행으로 연결되고 이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업 실행 과정 역시 주민의 의견을 받아서 개선해나가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도 하셨고요. 사업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여러 제약이 있지만, 정책 제안 이상의 무언가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스 : 공무원분들이 부처와 지역의 차이 없이 정부혁신 과제를 제안하는 것만 봐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시민이 제안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네요. 다만, 이 시도를 맨땅에서 헤딩하듯이 어렵고 힘들게 하고 그러다보니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빠띠가 명쾌하게 모델을 만들어서 제시하면 좋겠더라구요. 알음알음 퍼지는 게 아니라 모델과 가이드가 있고 체계적으로 전파되는 거죠.

참여가 아닌 ‘협력’인 이유

진행_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말에 공감해요. 그런데 시민협력플랫폼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참여’가 아닌 ‘협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특이한 것 같아요. 왜 이 말을 쓰는 걸까요? 최근에 합류하신 분들이 한 번 유추해보신다면요?

: 저는 참여보다 협력이 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어떤 상태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고, 나아갈 방향도 함께 논의하여 결정해야 하니까요.

모스 : 참여는 일방향적인 느낌이 강해요. 협력은 서로 부딪쳐서 시너지를 내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느낌이 강하고요. 협력이 조금 더 상호적인 개념으로 보여요.

오디 : 협력이 좀 더 책임감이 있고 무거운 느낌이에요. 참여의 경험이 많아지면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디아 : 참여보다는 협력이 좀 더 민주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함께’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진행_ 에너지, 면밀함, 상호성, 책임감, 민주성 등의 키워드가 나왔네요. 당초 의도와 관련이 있을까요?

단디 : 다들 잘 짚어주셨네요. 학문적으로 보면 참여에 협력, 거버넌스 개념도 포함되는데요. 굳이 ‘협력'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건, 오디님이 말씀하신 ‘책임감’ 때문도 있어요. 기존에는 참여라고 하면 설문조사, 이벤트, 캠페인 등을 진행한 후 ‘이쯤이면 충분하지’라며 겉핥기식으로 의견 수렴을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후의 과정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없었어요. 의견을 제안한 시민 입장에서는 의견이 제대로 전달된 건지 확인할 수 없어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주려면 의도적으로 ‘협력’을 강조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레 : 저는 처음에 민서 스탭으로 빠띠에 합류했는데요. 당시 시스님이 민서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민원처럼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 의견에 대해 시민과 관이 함께 토론하고 정보를 나누며 대안을 함께 찾는 플랫폼’ 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까지 저는 시민참여를 ‘의견수렴’ 혹은 ‘민원’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다양한 주체가 소통하고 힘을 모아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협력’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빠띠의 시민협력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주체가 소통하고 힘을 모아 변화를 만들어갑니다.

섬세함과 꼼꼼함, 협력을 끌어내는 빠띠만의 노하우

진행_ 그렇다면, ‘협력’을 잘 끌어내는 게 관건이겠어요. 이 부분에서 빠띠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체인 : 저는 우리사회의 상호불신이 굉장히 심하다고 생각해요. 믿을만한 중재자, 매개자가 없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시민과 행정, 정치, 관료, 전문가 등이 연결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고, 기회가 있어도 유의미한 경험을 얻지 못했던 게 불신을 증폭시킨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각 주체의 입장과 언어를 두루 이해하려 애쓰고, 최대한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게 빠띠만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미키 : 비슷한 맥락으로 ‘세심함’을 꼽고 싶어요. 워킹그룹 원고를 작성하면서 세 분의 파트너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기획자 서유/문성/마띠, 서울문화재단, 진저티프로젝트) 입을 모아 ‘빠띠는 디테일에 강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세심하게 잘 챙겨줘서 감동받았다고 하셨어요.

이레 : 보충 설명을 하면 ‘참여자를 위한 고려와 설계가 세심하다’는 이야기였어요. 모두가 동등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여기에 적절한 온라인 협업 도구(공동작업 문서 등)를 덧붙이니 시너지 효과가 나서 참여하신 분들이 ‘존중받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희에게는 이제 공기처럼 느껴지는 체크인이나 회고도 다른 분들께는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진행_ 저도 빠띠에 합류했을 때 ‘체크인’과 ‘회고’가 인상 깊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동등한 입장에서 공유하는 게 ‘민주적인 경험’으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스 : 빠띠는 ‘함께하는 느낌’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이 파트너분들께 섬세함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체인 : 공론장 진행을 위해 저희가 준비하는 것들을 파트너분들은 특별하게 봐주시더라고요. 예컨대, 줌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한 사전교육, 퍼실리테이터나 기록자분들을 위한 배경지식 자료 제공 등에 감동 받으시는 걸 느꼈어요. 저희에게는 당연한 것인데 말이죠. 세심하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시행하고 알리고 개선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단디 : 모두 섬세함과 꼼꼼함을 우리의 강점으로 꼽으셨는데요. 그 배경은, 초기 설립자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정치 영역에서는 보통 ‘의제’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사용자 경험’을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빠띠 크루들은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문제에 접근해요. 예컨대,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당연한 게 하나도 없잖아요. 작은 버튼 하나를 배치할 때도 사용자가 가장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모양과 크기, 글자 수 등을 고려해야 해요. 이런 방식이 디지털 플랫폼을 넘어 저희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행사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거죠. 기존의 캠페인이나 정치 참여와는 다른 차원의 명확함과 꼼꼼함이 우리의 장점인 것 같아요.

제이 : 맞아요. 빠띠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 때도 단순히 ‘우리의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공재’이자, ‘시민이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이레 : 우리의 노하우를 가이드나 툴킷으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것과도 연결 되는 듯 하네요. 빠띠는 조직 내부에 노하우를 비밀스럽게 쌓는게 아니라 외부(시민)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방법론을 통해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길 바라니까요.

시스 : 빠띠가 용역 사업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나누고 전파하려는 거죠. 노하우가 여기저기 퍼져서 빠띠가 없어도 잘 하시는 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변화이죠. ▲빠띠가 진행하는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체크인'과 '회고'

시민의 권한은 무한대?!

진행_ 제가 속한 조직의 강점을 확인하니 애사심 비슷한 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웃음) 듣다 보니 우리가 만들려는 시민협력플랫폼에서는 ‘시민의 권한’이 커지고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이 권한은 어디까지 또 얼만큼 주어져야 할까요? 보다 많은 시민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하지 않나요?

이레 : 저는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획자플랫폼11111 사업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할 오거나이저를 뽑는 일이 있었는데요. ‘누굴 어떻게 뽑아야 하지?’ 고민이 들었죠. 단순하게 지원을 받고 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수평적인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선정기준과 만들고 선발 주체가 되는게 이상했어요. 오거나이저가 어떤 역할인지 멤버들에게 이해시키고 함께 정의하는 과정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오거나이저의 역할과 선출방법 등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방법을 찾고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디 : 원칙적으로는 모든 걸 꺼내놓고 함께 논의해야죠.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리고 이레님이 말씀하신 기획자플랫폼11111 사업은 너무 이상적이고요. (웃음) 처음에는 원칙과 기준을 임의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결정을 한 주체와 내용, 기준 등은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이후 하나씩 실험해보고 수정하면서 가장 잘 맞는 것을 찾아가는 거죠. 온라인 공론장 플랫폼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제안에서 토론으로 넘어가는 공감의 숫자를 처음에는 운영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10명, 50명 등으로 임의로 정해두고 운영하면서 적절한 기준을 찾아가는 거예요.처음에는 원칙과 기준을 임의로 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후 운영을 통해 가장 잘 맞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지요.
현재 민주주의 서울의 시민제안은 50공감을 받을 시 부서 답변을 받게 되어 있으며, 100공감을 넘을 시에는 공론장으로 이동합니다.

시민협력플랫폼을 위한 빠띠의 키워드

진행_ ‘민주주의 항해일지 1.0 연재물’의 흐름은 민주주의 서울에서 시작된 시민협력플랫폼의 구상,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빠띠의 다양한 실험과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실험과 활동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 공론장, 실시간 공론장, 워킹그룹, 데이터 등인데요. 이 키워드들은, 즉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시민협력플랫폼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제이 : 일상의공론장팀에서는 공론장, 특히 디지털 공론장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썼는데요. 저희는, 시민협력플랫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주변 문제에 관심있는 시민이 의견을 내고 제안하며 다른 사람과 토론하여 대안을 만들 수 있는 판’을 설계하고, 이 판을 기획하는 것에 관심있는 이들을 모아서 점점 더 많은 판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 판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라고 보는데요.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거죠. 거기에서부터 토론과 공론장이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쇼니 : 저희(실시간공론장팀)는 포럼, 총회, 해커톤, 공모전, 워크숍 등 다양한 모습의 공론장으로 시민을 만나고 있습니다. 인식이 쉽고 이벤트적 접근이 가능하다 보니 시민협력플랫폼의 입문서 역할을 하지 않나 싶어요. ‘민주주의’라고 하면, 어렵기도 하고 오해도 많은데요. 이해하기 쉽고 가벼운 방식으로 다가가면서 이 오해를 풀어주는 거죠. 이를 통해 시민의 자기효능감을 만들 수 있고요.

이레 : 워킹그룹은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커뮤니티를 전제로 참여하는 시민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요. 구성원 모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숙의를 통해 토론, 협업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거치죠. 저는 이런 요소가 시민협력플랫폼이 지향하는 바와 연결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워킹그룹에서 만들어지는 활동과 경험이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미키 : 다양한 워킹그룹이 있고 이들의 목표 역시 제각각일거예요. 그래도 워킹그룹이라는 걸 경험한 시민은 공통적으로 협력을 구현하는 과정을 함께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자신만의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고요.

단디 : 워킹그룹팀의 활동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공론장보다 더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니까요.

: 시민협력플랫폼 내에서 데이터는 도구이자 자원인 것 같아요. 민주적인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는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요. 데이터가 그 기반이 될 수 있죠. 다만, 정보격차가 생기면 권력 관계가 만들어지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기도 해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민협력플랫폼에서 다뤄지는 데이터는 모두 공개되어야 합니다. 공개된 데이터는 공론장의 이야깃거리로 활용될 수도 있고요.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실험에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를 산업적이고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숫자가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시민협력플랫폼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멋질 것 같아요.

: 크루 총회에서 봤던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각 팀/본부가 어떻게 맞물려서 돌아가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었는데요. 보니까 ‘정책의 형성, 수립, 집행을 위해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는 모형이 만들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런 모형도 오픈소스로 공개되면 많은 시민의 피드백과 견제, 감시를 통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신뢰도 더 얻을 수 있을 거고요.▲빠띠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홈페이지(https://parti.coop)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변화를 위해서는

진행_ 다들 핵심만 콕콕 잘 짚어주셨네요. 듣다 보니 각 팀에서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 시민협력플랫폼이 성장하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 위해 현장에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지 궁금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 혹은 나아갈 방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쇼니 : 보통 ‘시민에게 권력을 주자’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빠띠의 방식은 시민이 권력보다는 ‘신뢰’를 얻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께 ‘다른 시민을 설득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의견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신뢰를 만들어 가는 거죠. 하지만 일부 시민을 교육해서 ‘전문가’라고 명명한 후 이 시민이 나머지 시민을 교육하는 방식에 익숙한 현장이 많다 보니 빠띠의 방법론을 생소하게 여기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어렵지만, 저희의 방식을 더 많이 퍼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우리가 받아온 교육과 삶의 경험에 협업이나 시민의 주체성 부분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 협업, 주도적 활동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 있는 것 같고요. 또 ‘사회혁신’을 말하면서 어떤 틀에 갇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갇히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 게 필요하고 그 과정이 소중하다고 봅니다.

단디 : 참여나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분들도 있지만, ‘시민의 참여는 여기까지’, ‘나는 이야기하고 전문가 혹은 공무원이 해결한다’ 방식을 당연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이런 인식을 뛰어넘는 게 빠띠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에서부터 하나씩 변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시민협력플랫폼에서 ‘일상’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쇼니 :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뿐만 아니라 행정과 전문가 등의 인식과 관점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도 가치가 있을 거예요.

시스 : 그래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건 확실한 듯 합니다. 다만 저희도 이제 우리의 의제를 주도적으로 다룰 단계가 아닌가 고민이 들어요. 현재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용역이나 파트너십이 늘어났는데, 이에 머무르지 않고 빠띠가 의제나 이슈를 정의하고 주도적으로 파트너를 찾아 협업하는 사업을 만들어야 하지 싶어요.

단디 : 맞아요. 그래서 시민협력플랫폼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합니다. (웃음) 누군가 관심 갖고 손을 내밀 때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역량도 만들어야 하고요.

: 의제 제시는 물론 실제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쇼니 : 사업 수행은 지금도 충분히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이야기 할 거리도 많이 생겨났고요. 협업 요청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는 뒤에서 전체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역할에 집중하다 보니, ‘빠띠’라는 이름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해보았으면 좋겠고요.

: 공론장 영역에서는 확실히 선두 그룹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다른 분야는 숙성이 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는 경우도 있는 듯 하더라고요.

쇼니 : 워킹그룹이나 데이터 영역 관련해서도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 집중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일을 계속 해나가고 있으니까요. 이게 계속 퍼졌으면 좋겠어요.

단디 :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팀이나 워킹그룹팀의 여러 사례는, 공론장의 의사결정을 통해 시범사업으로 진행되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실험의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성과가 난다면 실제 정책 실행으로 연결될 수 있고요.
▲빠띠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일상'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일구다 보면

진행_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시민협력플랫폼의 개념, 참여가 아닌 협력인 이유, 빠띠의 강점, 시민협력플랫폼 실현을 위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시민의 권한, 파트너와의 협업 경험, 빠띠가 나아갈 길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사실 저는 아직도 시민협력플랫폼이 어려운데요. 다만, ‘시민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갈 수 있도록 빠띠가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하며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 얼마 전에 공익데이터실험실 사례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그때 함께 했던 교수님 한 분이 시민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시민이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것은 손을 더럽히는 활동’이라며, ‘시빅해킹하고 싶으면 손을 더럽혀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공감이 가더라고요. 단순히 이야기를 하고 요청하는 것을 넘어 실제 다양한 일을 해보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말하는 시민협력 역시 ‘시민이 행위자로서 찰흙놀이 하듯이 가시적으로 무언가 해보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디 : 우리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자치는 아주 피곤하고 힘든 일이에요. 원하지 않는 시민도 있을 거예요. 먹고 살기 바쁘고 잘 시간도 없는데 참여하고 협력의 장에 나오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도 있지만,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만들고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다양하고 쉬운 메시지를 만들어서 퍼트려야 하고요. 이를 통해 의지가 있지만 여건이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을 계속 해야해요.

쇼니 : 공론장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간혹 논의의 흐름이 현실의 좋지 않은 여건에 갇히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를 타파하기 위해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의 대안을 찾아보고 함께 해보자’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시민이 효능감과 성취의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레 : 맞아요, 작은 참여의 경험으로 효능감을 느끼게 하고 스며들게 하는 거죠. 그래서 주제 등을 선정할 때도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것에 집중하곤 하는데요.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제이 : 맞아요. 빠띠 자체적으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는데요. 앞서 말하신 것들은 물론, 자체적인 실행이나 실험들을 통해 경험과 사례를 계속 만들어갔으면 좋겠고요.▲함께 이야기 나눈 크루들

  • 함께 이야기 나눈 사람 : 시스, 데모스엑스본부 크루(단디, 소이, 제이, 리디아, 쇼니, 체인, 이레, 미키, 모스, 미, 큐, 오디)
  • 진행하고 기록, 정리한 사람 : 소이
‘민주주의 항해일지 1.0’ 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앞으로 빠띠는 ‘시민협력플랫폼’은 물론 ‘더 나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항해를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그 과정에 계속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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