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서울] 3화. 민서는 자란다 : 제안의 통로에서 시민의 공론장으로

데모스X
발행일 2023.04.13. 조회수 216
민주주의 서울 이야기

이 시리즈는 빠띠가 만들어낸,
서울의 일상 속 민주주의의 탄생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민주주의 서울. 줄여서 민서.
우리의 이야기는 광화문 광장이 촛불을 든 수백만의 시민들로 채워지고 난 후인, 201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민주주의 서울의 웹사이트에서 서울시 담당자들이 주로 하는 일은 공감 갯수가 50개가 넘어가는 시민제안에 답변을 하는 일입니다. 보통 “시정에 관심을 가져주신 000님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이 답변들은 다음 단계를 약속하기도,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서울시는 늘 답변만 해야 하는 걸까? 서울시도 시민들에게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이 있지 않을까? 지난 이야기에서 시민들의 제안을 듣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나섰던 빠띠가, 이제는 서울시의 질문을 들어보기로 합니다.

 

서울시가 묻습니다

2018년 봄, 빠띠는 “시민제안” 메뉴 옆에 “서울시가 묻습니다” 메뉴를 만들었습니다. 이 링크를 클릭하면 그 동안 서울시가 정책을 실행하기 전에 시민들의 의견을 구한 질문들이 차례대로 나타납니다. 찬성과 반대를 묻는 투표형 질문도 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열어두고 의견을 구하는 토론형 질문도 있네요. 어떤 내용을 물어볼지 정하는 일만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빠띠는 서울시의 질문을 시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슈의 배경 정보와 찬성, 반대 양측의 의견을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가지려면 당연히 정보가 있어야 하니까요. 물론 판단은 시민의 몫입니다. 처음에는 글로 정보를 전달했지만 얼마 안가 한눈에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카드뉴스 이미지로 바뀌었어요. 덕분에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내리며 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는 사람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요.

 

 

공론장이라는 과정

시민이 제안하고 서울시가 응답하고, 서울시가 묻고 시민이 답하는 민주주의 서울. 양방향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빠띠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서울을 만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자면 이런 고민들이 남아 있었어요.

  • “아이디어 제안 사이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목적이기 때문에 시민의 힘으로 이 플랫폼을 유지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고민했습니다.” -인성주 (전) 민주주의서울 담당 주무관

  • “제안하고 답변하는 걸 넘어 누군가 발견한 문제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이야기하는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런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민주적인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권오현 (전) 민주주의서울 총괄기획자

지난 글에서 빠띠는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민제안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현실로 나섰었지요. 일상의 문제 발견부터 제안까지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듯이, 정책의 제안이 현실에 반영되는 데도 과정이 필요합니다. 2018년 9월, 빠띠는 시민의 공론장, 시민토론을 소개합니다. 서울시와 시민 사이를 이을 뿐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의 문제에 공감하고 토론해서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요. 물론 서울시는 시민들이 모아낸 의견에 꾸준히 피드백을 하고요.

토론장에서 다룰 의제를 정하는 일부터 시민들이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세대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의제선정단은 많은 사람들(500명 이상)이 공감한 문제와 더 적은 사람이 공감했지만 우리가 좀 더 눈길을 줘야 할 문제들을 골랐어요. 이 논의는 민주주의 서울이 아직 어디까지 왔는지 점검해보는 동시에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 가늠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 “(….) 묻혀진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캠페인, 오프라인 워크숍을 통해 시민들이 의견을 함께 공감하는 시민들과 행동하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 한다면 시민들이 직접 서울의 민주적 참여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함.”
  • “하지만 시민들의 제안이 바로 관련 부서에서 수용하여 정책결정하게 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을 견지해야 함. 한 개인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그대로의 위험성을 가져갈 수 있음을 인지하고 민주주의 서울이 다양한 갈등과 사회적인 이슈 속에서 정확한 정보와 현황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할 것임.”
- 제2차 공론의제선정단 회의록 중

고민 끝에 선정된 의제들로 온라인 상의 시민토론과 오프라인 시민토론이 진행되었고 토론 결과는 실제 정책에 반영되었습니다. 진행과정은 “시민토론” 링크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빠띠는 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함께했어요. 시민의제선정단을 위해 각 의제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해 자료를 제작했고, 시민토론 참여자들을 위한 카드뉴스를 만들고,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토론회 자리를 열었습니다. 시민들이 토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공론장이 시민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일. 일상의 민주주의가 발생할 수 있는 과정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일. 이것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빠띠가 한 발 한 발 반경을 넓혀가며 해온 일입니다.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

그 동안 “시민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난임부부들이 겪는 문제, 길고양이들을 위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진짜로 어떤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면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자취는 민주주의 서울의 웹사이트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빠띠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은 민서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민주주의 서울을 방문해보세요.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올려보아도 좋겠습니다. 사소하게 여겨지는 문제들, 소외된 이야기들도 연결되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데서 일상의 민주주의가 시작되니까요. 

 


민주주의서울 이야기

 
 

 


글. 희원
그림. 민티
편집. parti 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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