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055] 모서리 프로젝트

데모스X
발행일 2024.04.17. 조회수 157
지역생활실험실@055

따르릉 055

모서리 프로젝트 편.

'따르릉 055'는 경남의 새로움을 발견하고 활력을 만드는 지역생활실험실@055*의 연결 실험 프로젝트가 달려가는 여정을 조명합니다.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 '지역생활실험실@055'는 경남이 가진 매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지역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을 통해 도전을 시도하는 리빙랩 프로젝트입니다.


> 합천의 한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시시숲밭 콘서트’

 

청년들이 지역에서 거점을 마련하고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꾸린 이들이 있다. 모임 이름은 ‘모여서 서로를 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서리 프로젝트’라 지었다. 모서리 프로젝트는 밭에서 콘서트와 장터를 열고, 기타, 글쓰기, 그림책 모임을 연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살아갈 방법과 기회를 찾는 이들을 합천에서 만났다.

 

>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수연.

 

자기소개와 함께 모서리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주세요. 

농사를 지으며 노래를 지으며 살아가는 김수연입니다. 남매인 서와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지난 2014년에 식구들과 귀농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마을 장터와 지역 축제, 문화 행사 등에 초대받아 공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농촌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 ‘배추밭 콘서트’와 ‘시시숲 콘서트&장터’ ‘담쟁이인문학교’ ‘서와콩 기타반’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지난 31일 마지막 모임을 잘 마무리했고요. 공유회만 잘 마무리하면 프로젝트는 끝이 나게 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네트워크를 많이 확장하셨나요?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분들과 관계를 텄습니다. 밀양에서 첫 모임을 한 날에 만들어진 단톡방에서 대화를 자주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지리산, 함양을 넘어 산청을 친구들까지 알게 되니 깊이감이 달라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죠. 편하게 서로 일을 제안할 수 있는 관계가 됐습니다. 훨씬 끈끈한 연결이 생긴 것 같아서 아주 좋습니다. 사람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알로하로컬 팀의 박영민 님은 연락을 정말 잘 하시는 편이세요. 심사가 끝나고도 같이 모이자고 제안하거나 추진하셨죠. 박영민 님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되더라고요. 이제 프로젝트를 마쳤으니까 진짜로 한번 모여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서와.

 

경남이라는 지역은 수연 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경상도에서 많이 살았어요. 경주에 있다가 시골로 온 것에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연고도 없었죠. 다만 가족 모두 시골에 살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도시를 떠나기 전에 가족회의를 통해 시골 이주를 확정했죠. 몇 차례 이사하다가 합천에 오면서 정착했어요. 지역에 대한 의미라고 한다면, ‘사람’에 대한 의미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저희가 농담처럼 ‘경남에서 이런 사람들 안 만났으면 진작에 이사 갔을 텐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도와가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요.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게 많으신 것 같아요. 계기가 있으셨나요?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사실 농사일도 저한테는 너무 큰 일이었어요. 제 삶에서 큰 변화를 줬죠. 풀과 나무만 있는 이런 곳에서 1년 내내 산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게 새로웠지만, 차차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면서 이곳에 적응하게 됐어요. 살다 보니 바꾸고 싶은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시골에도 문화생활이나 만남의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거죠. 아쉬운 마음에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것을 중점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 이야기 경매가 열린 모습, 한 참여자가 농산품을 받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향후에 이뤄졌으면 하는 연결이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서로 연결이 된다 해도, 물리적인 거리까지 좁힌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해요. 좀 가깝게 지내면서도 느슨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들이 가능할 것 같아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교환 경제를 구축한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한 곳에 빵집이 3개가 있으면 다들 경쟁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빵집 하나를 함께 하면 유일한 공간이 만들어지죠.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으면서도 소비적이지 않은 일을 구상하고 있어요. 모서리 프로젝트에서 했던 다양한 모임 중에 글쓰기 모임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어요.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이어가고자 해요.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다 보면 또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에게 영향을 받은 분들도 여러 시도를 해보려고 하시더라고요.

 

> 모서리 프로젝트가 지나온 흔적들이 전시돼 있다.

 

글쓰기 모임도 한 번 소개해주세요. 

글을 쓰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지역에 사시는 농부 시인님들을 강사로 초청해서 글쓰기 공부를 해요. 미리 글을 쓴 다음 함께 읽으면서 고치고 다듬죠. 합평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글을 만들어요.

모임은 화면상으로 많이 만났어요. 같이 공동 문서 같은 것을 작업했죠. 뭔가 그냥 쓰는 문장에도 지역에 살며 느낀 고민이 묻어나 있었어요.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이 사람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힘이 됐죠.

 

> 공연하는 서와, 수연.

 

모서리 프로젝트가 경상남도의 무엇을 채웠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빈칸을 채웠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아요. 빈칸은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 살아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지역에서 살면서 느끼는 빈 지점들은 늘 있잖아요. 다만 빈 경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사람도 자연도 좋지만, 합천에서 살아가는 이유 중 제일 큰 것은 이 지역이 저와 잘 맞아서거든요. 비어 있는 공간들, 사람 없는 거리, 조용한 시내 등을 굉장히 좋아해요. 빈자리를 어떻게 하면 더욱 장점으로 살려서 살아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프로젝트가 빈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사는 것도 괜찮구나’하는 인상을 주는 거죠.

 

✏️ 글, 사진 : 차종관
대학언론인, 기자 이후의 삶을 모색 중인 청년. 언젠가 문제해결 비즈니스를 일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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