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는 민서의 경험에 이어 ‘협력과 신뢰로 지속가능한 사회’와 ‘시민협력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난 보물과도 같았던 다양한 현장과 사람, 경험을 전하려 합니다. 지난 5화와 6화에서는 공론장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번 7화에서는 ‘워킹그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글은 "6화. 우리가 발견한 보물섬 ② 누구에게나 열린 실시간 공론장"에서 이어집니다.

무엇을 결정할 때, 누군가와 함께 의견을 내어 결정했다고 느낀 경험이 있나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함께 이뤄냈다고 느낀 경험은요?
우리 삶에서의 이런 기억은 ‘협력했다, 함께했다’라는 경험으로 남기도 합니다. 반대로 구성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거나, 누군가만 과도하게 책임져야 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경험으로 남기도 하죠. 이렇듯 우리 삶에서 협력의 경험은 개인과 조직, 더 나아가 사회를 민주적으로 만드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달성을 넘어, 협력하는 과정까지

빠띠는 협력하는 단위를 ‘워킹그룹’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시민의 다양한 활동과 참여가 늘어나면서 리빙랩 부터 민관 협력 거버넌스까지 다양한 워킹그룹이 만들어지고 있죠. 우리의 삶에서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워킹그룹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누구나 감탄할만한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띠는 협력으로 공동의 목표를 함께 일궈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빠띠가 만드는 워킹그룹 안에서는, 구성원 누구나 인지할 수 있도록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협력과 민주적 의사결정에 특히 많은 신경을 씁니다.
빠띠가 협력하는 워킹그룹은 다양합니다. 정책제안을 위해 모인 청년 거버넌스 부터 기획자들을 위한 공적 플랫폼을 만드는 운영진들의 워킹그룹까지. 목표가 다양한 만큼 워킹그룹의 형태 또한 다양합니다. 하지만 협업의 과정을 볼 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입니다.

어떻게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이 가능할까요?

* 빠띠와 함께한 사례. 버터나이프크루 정책살롱(2019)

지난 2019년 빠띠는 여성가족부, 진저티프로젝트와 함께 <버터나이프크루 정책살롱>을 진행하였습니다. 청년참여플랫폼 <버터나이프크루>는 달라진 청년의 삶을 반영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청년 당사자 103인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이었습니다.
빠띠는, 참여 청년이 서로의 관심사와 사회 이슈를 기반으로 자발적인 여러 워킹그룹(작은 의제별 팀)을 형성하여 창의적인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정책 생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살롱 워크숍을 기획, 운영하였고, 이 과정에서 정책 결과를 만드는 것을 넘어 토론과 피드백 과정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부 구성원의 성취가 아닌, 공동의 성취로 여기는 문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빠띠와 함께한 사례. 기획자 플랫폼 11111 (2020~현재)

기획자플랫폼 11111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기획자들의 성장, 협업, 연대를 위한 플랫폼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0여 명의 기획자가 함께하고 있으며, 빠띠는 보다 더 민주적이고 협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오거나이저들과 함께 온라인 살롱, 네트워킹 프로그램, 자체 공모 프로그램 등을 기획/운영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새로운 기획자 오거나이저를 발굴하였으며, 오거나이저 스스로 워킹그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운영, 다양한 협업 방식을 공유하며 지원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워킹그룹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빠띠는 이전의 경험으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여러 단위의 회의를 만들거나 함께 모일 플랫폼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이런 도구는 유용하지만, 협업의 완성을 위해서는 도구를 유용하고 지혜롭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에 빠띠는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워킹그룹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 마련해보았습니다.

1. 모두가 알고 있는 목적지를 위해 : 가이드 만들기
처음 방문하는 곳에 도착하게 되면 안내판으로 목적지를 확인합니다. 여러가지 정보를 얻고 확인한 후에야 목표를 바르게 이해하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워킹그룹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가이드’입니다. ‘가이드’는 공동의 목표, 원칙(스타일), 역할과 활동방식 등을 담은 문서입니다. 초반 구성원들은 가이드 작성을 통해 속한 워킹그룹의 목적, 스타일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으로 만들어진 가이드는 워킹그룹의 안내판이 되어줍니다. 이렇게 모두가 합의한 방향으로 시작하는 것이 협력적인 워킹그룹의 시작점입니다.

[1] 가이드 작성을 위한 사전질문
: 우리의 목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 우리가 잊지 않고 지켜야할 원칙(스타일)은 무엇인가요?
: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결과(혹은 경험)는 무엇인가요?
: 어떤 역할이 존재하고 각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 우리는 어떻게 만나 활동 할 수 있을까요? (주기, 방식 등)

[2] 사례/프로젝트 가이드
: 카누팀 협업가이드

2. 우리가 함께 지킬 약속 : 행동강령(그라운드룰) 만들기
우리가 도달할 목적지를 만드는 것이 ‘워킹그룹 가이드’라면, ‘행동강령’은 함께 지킬 약속, 지향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행동강령에는, 참여하는 이들이 어떤 자세로 함께해야 하는지, 우리가 환영하지 않는 것과 이에 대한 대응방식은 무엇인지 담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만든 행동강령은 우리의 지향점을 드러내고 모두가 지킬 약속이 되어 안전한 활동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워크숍으로 워킹그룹의 주요 키워드를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강령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함께 추구할 태도와 스타일을 논의하며 각자가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다르게 생각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합의합니다. 이런 경우, 행동강령에 대한 구성원의 이해도와 관여도가 높아지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공동의 감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라운드룰 만들기 워크숍(사진 왼쪽), 기획자 플랫폼 / 행동강령(사진 오른쪽)

3.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협업을 위해 : 비동기 협업하기
가이드와 행동강령을 만든 후에는 실제 협업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다양한 협업 방식이 있지만 빠띠는 그중 ‘비동기식 협업’을 추구합니다. 비동기식 협업이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응답해야 하는 방식과 달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자가 가능한 시간과 장소에서 협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동기식 협업을 추구할 경우 논의의 과정이 플랫폼에 기록되며, 기록을 기반으로 생각할 시간을 가진 후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회의나 전화처럼 동시간에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동기식 협업은 만나지 못하더라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빠띠가 협업을 위해 만든 플랫폼인 빠띠 카누를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다양한 채널을 개설하여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여러 기능으로 비동기식 협업을 진행합니다. 결정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투표 게시물을 올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한 후 함께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또한 위키(여러 명의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는 문서)를 이용하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공동 기록하거나, 다수가 하나의 위키에 함께 정보를 모으기도 합니다. 이 과정의 모든 기록은 플랫폼에 기록되고,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굳이 모이지 않아도 비동기식으로 천천히 논의, 결정할 수 있습니다.

* 빠띠와 함께한 사례. 빠띠 카누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한, 2020 버터나이프크루 커뮤니티

20여 개의 팀이 활동했던 2020 버터나이프크루 커뮤니티에서는 빠띠 카누를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였습니다. 주별 단위로 각 프로젝트 팀의 할 일과 계획을 댓글로 공유하는 체크인, 활동 시 어려운 지점이 생기면 서로 공유하고 답변하는 Q&A 채널, 활동에 유용한 정보를 모아두는 꿀팁 위키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였습니다.
이 과정으로 각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다른 팀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고민 등을 나눌 수 있었고, 대화 교류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동료가 되어 협력할 수 있었습니다. ▲체크인, 꿀팁 위키 사진

* 빠띠와 함께한 사례. 모든 것을 공개한 기획자 플랫폼 커뮤니티 공모전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실험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던 기획자 플랫폼 11111에서는 빠띠 카누의 위키 기능이 활용되었습니다. 각 아이디어 제안자는 위키를 만들어 초안부터 공개하였고, 멤버들은 도움이 되는 정보나 피드백을 댓글로 공유했습니다. 이렇게 댓글로 제안자와 멤버들이 논의를 진행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 완성시켰습니다. 기존 공모전이 폐쇄적이고 경쟁적이었다면, 이번 공모전은 서로의 제안과 논의로 협력하며,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보다 많은 구성원이 같은 수준의 이해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었고, 아이디어 제안부터 실행까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4. 신뢰와 공유의 문화 만들기
빠띠는 워킹그룹에서 협업을 위한 방법과 도구뿐만 아니라 문화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핵심에는 ‘신뢰’와 ‘공유’가 있다고 보는데요. 누군가와 나눈 이야기가 자연스레 플랫폼에 기록/공개되고, 피드백을 주고 받거나, 워킹그룹을 위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것을 ‘기여’로 인정하는 방법 등이 있죠. 이런 문화는 가치 공유와 더불어 여러 경험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빠띠가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말씀드릴게요.

• 리더, 대표가 아닌 오거나이저

  : 워킹그룹에서 운영진은 리더나 대표로 불리지 않고 오거나이저(organizer)로 불립니다. 실제 역할 또한 리더나 대표와는 조금 다릅니다. 말 그대로 조직하는 사람이며, 구성원과 함께 워킹그룹이 협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 오거나이저는 워킹그룹을 책임지거나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는 역할이 아닙니다. 워킹그룹의 방향성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활동과 의사결정에서 원칙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입니다.

• 투명한 정보 공개

  : 워킹그룹의 여러 회의, 결정사항, 활동 내용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원하는 정보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게 합니다. 투명성은 협력에 중요한 신뢰와 공유의 문화를 만듭니다.

• 누구나 참여 가능한 대화와 토론

  : 구성원들은 투명한 정보를 기반으로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워킹그룹 내의 다양한 대화와 토론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빠띠가 만들어가는 워킹그룹에서는 이를 간섭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기여’로 인식합니다. 동일한 맥락으로 질문, 도움 요청 또한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입니다.

• 함께하는 자리, 공동의 성취 만들기

  : 구성원의 생각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여서 공동으로 작업을 하거나 피드백을 나누는 등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 말이지요. 이 과정으로 구성원들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만든 공동의 성취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 빠띠와 함께한 사례. 협업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을 운영한 2019 버터나이프크루 정책살롱

청년 삶에 필요한 정책 제안을 찾아보는 워킹그룹이었던 2019 버터나이프크루에서는 각 팀당 3~5명의 구성원이 있었습니다. 공동작업 살롱, 피드백 살롱 등 협업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을 만들어 함께 기록하였고, 정책제안서 작성 과정을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기록, 공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팀이 아니더라도 관심있는 구성원 누구나 관련 정보를 주거나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실제 다른 그룹에 속한 구성원도 관련 기사를 찾고 오탈자를 수정하는 등 크고 작은 기여를 하였고, 이런 과정을 거쳐 어떤 정책제안서는 26명의 기여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관심과 기여에 고마워하고, 연대의식과 소속감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로의 기여로 만들어진 정책제안서를 기념하며, 함께 이뤄낸 공동의 성취인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 그 다음을 위해 : 회고하고 실험거리 만들기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 지난 활동을 돌아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워킹그룹에서는 주기별 회고를 통해 지난 활동에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나눕니다. 또한 보완되었으면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함께 적용할 실험거리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점검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은 협업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으며, 다른 구성원들의 나눔에서 통찰을 얻기도 합니다. 또한 새롭게 발견한 실험거리를 함께 다듬고 실행하며 발전 과정을 거치게 되죠. 회고와 발견, 그리고 다시 회고하는 흐름 안에서 모두가 점차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협업으로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빠띠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워킹그룹을 만들어갈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협업의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얻는 작은 결과가 계속해서 모일테니까요. 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와 워킹그룹을 만들려합니다. 또한 그간의 노하우의 방법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툴킷으로 만들어 나누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워킹그룹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이야기가 모여 활동이 되고, 여러 시도와 경험이 쌓여 우리 사회의 의미있는 변화를 일구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워킹그룹 팀(wg@parti.coop)

• 이 글에 이어 아래 인터뷰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빠띠와 함께했던 경험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해주셨어요.

  1) 기획자 서유, 문성, 마띠 [읽으러가기]
  2) 서울문화재단 [읽으러가기]
  3) 진저티프로젝트 [읽으러가기]

•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빠띠의 툴킷과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1) 거버넌스 만들기 [보기]
  2) 프로젝트팀으로 커뮤니티 만들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