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하게 말하자>는 집다운 집에 살지 못했던 경험, 쾌적한 집을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을 포기했던 경험 등 꿋꿋 프로젝트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지금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는 시민 제안 워크숍입니다.
치솟는 월세, 깡통 전세, 임대인 갑질, 지역 소멸과 빈집. 최근 주거 문제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소식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렇다고 외면하기에는 당장 우리가 살아갈 집과 바로 이어지는 문제이기에 더욱 신경쓰이기도 하지요. 집은 모두가 살아가며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지만, 막상 편히 몸 뉘일 곳은 하나 없는 현실에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주거와 관련한 수많은 뉴스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우리는 더 나은 집에서 살 수 없을까?”, “더 나은 집이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은 나 혼자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이어집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기 위해 진행된 꿋꿋하데이 - 꿋꿋하게 말하자: 시민 제안 워크숍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 제정된 주거기본법 제1조에는 “(...) 주거권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있기도 합니다. 법으로 보호되는 우리의 권리로서의 ‘쾌적한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시민 제안 워크숍을 시작하며 각자가 떠올리는 ‘쾌적한 집’의 모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의식주(衣食住)에서 의와 식을 잘 이뤄낼 수 있는 주, 즉 쾌적하게 취사와 빨래를 할 수 있는 집이 필요해요”“내 집 안팎에서 위험하지 않게, 안전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집은 내 삶과 가장 가까운 공간으로서 몸과 마음을 편히 할 수 있어야 해요. 요즘에는 좁은 원룸이 많은데, 그보다 넓고 답답하지 않은 공간이 참 중요해요.”
▲ 시민 제안 워크숍 참여자의 사진1 ©Parti
앞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가 바라는 ‘쾌적한 집’은 대단히 새로운 요구이기보다 삶의 기본적인 조건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고민이 드는 이유와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사전 발제를 들어보았습니다.
발제에 따르면 UN에서는 오래 전부터 주택문제와 주거권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해왔는데요. 그 결과로 1991년 UN 사회권규약위원회 일반논평 제4호를 통해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위한 7가지 구성 요소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7가지 구성 요소에는 점유 안정성, 경제적 적절성, 적절한 주거 기반 시설 및 서비스, 최저기준 확보, 접근 가능성, 적절한 입지, 문화 적절성이 포함되어있는데요. 더욱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각 요소별로 우리의 삶과 가까운 사례들을 접하며 발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발제가 끝난 후 참여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소그룹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소그룹 토론은 발제를 통해 소개된 ‘7인 7색 프로불편러들의 집 고민’ 중 ①누구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되는지, 또 여러 주거권 논의 중 ②우리가 함께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로 진행되었습니다.
▲ 시민 제안 워크숍 참여자의 사진2 ©Parti
먼저 ①누구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되는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는데요. 많은 참여자들이 [경제적 적절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특히 발제에서 다뤘던 급여 대비 월세 비율이 30%가 넘으면 주거빈곤층이라는 말에 무게감을 느꼈고, 경제환경에 맞추다보니 점점 직장과 생활반경에서 먼 지역을 선택하게 되어서 출퇴근 길이 힘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점유 안정성]에 관해서도 오늘 꿋꿋하데이 집담회에 참여해보니 ‘내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집에서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저기준 확보]에 대해 뜻을 모은 참여자들도 다수 있었는데요. 국가 임대 사업에서 제공하는 주택들이 모두 원룸이라서 선택지가 적고, 그런 곳들은 주방과 화장실과 같은 공간 분리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접근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장애인, 노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의 경우 거주자의 상황을 고려한 환경이 필요하며, 유니버셜 디자인 등 어느정도 논의가 되는 듯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②우리가 함께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관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한 참여자는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법으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 기준들이 모호하고 혼동되어 있어서 상황이 잘 안 풀린다”며, “시민들이 잘 알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참여자는 “오늘과 같이 주거 문제는 모두에게 해당하는만큼 다양한 시민들이 더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눴습니다.
이후 소그룹 토론에서 나눈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온라인 시민 제안을 진행했습니다. 다른 참여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더욱 발전된 각자의 생각을 제안의 형태로 온라인 플랫폼 데모스X에 적어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기본권으로서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집주인과의 원만한 계약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더욱 다양한 임차인을 포괄할 수 있는 공공임대를 확대하자는 제안이 올라왔습니다. 더욱 자세한 제안 내용은 데모스X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시민 제안 워크숍 참여자의 사진3 ©Parti
주거와 주택을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로 점차 ‘내 집 마련’과 같은 안정적인 집에 대한 꿈을 내려놓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번 꿋꿋하게 말하자: 시민 제안 워크숍이 주거 문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권리로서의 집, 주거, 환경을 꿋꿋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ㅣ니나대담하고 말랑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