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055'는 경남의 새로움을 발견하고 활력을 만드는 지역생활실험실@055*의 연결 실험 프로젝트가 달려가는 여정을 조명합니다.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 '지역생활실험실@055'는 경남이 가진 매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지역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을 통해 도전을 시도하는 리빙랩 프로젝트입니다.
> 통증예방 테이핑교실 현장. ‘부상예방학교’ 팀의 마지막 활동으로 진행됐다.
박중현 프로젝트 대표는 지역생활실험실에서 ‘부상예방학교’ 팀을 꾸려 경상남도 지역에서 부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운동선수들에게 부상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상남도의 학생운동선수들이 서울까지 올라와서 재활훈련에 임하는 것을 본 이후 ‘언젠가 선수들이 멀리 서울까지 가지 않고 지역에서 부상관리를 할 수 있을 시스템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계기다. 그에게 경상남도 지역 부상 예방의 현실과 연결에 대해 물었다.
> 박중현 부상예방학교 프로젝트 대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부상예방학교의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부상 예방 프로젝트를 맡게 된 박중현이라고 합니다. 프로젝트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선수단을 선발하는 것이었는데요. 많이들 도와주셔서 9명으로 구성된 합포중학교 육상 팀을 선정했습니다. 육상이 다른 구기 종목보다 열악하기도 하지만, 해당 팀에 생각보다 부상자가 많아서 선정하게 됐습니다. 팀 선정 이후 부상 예방 프로그램 진행까지 다 마친 상태고요. 오늘은 선수단 외에 다른 분들도 참여해 볼 수 있는통증 예방 테이핑 교실을 열었습니다.
선발된 선수단을 대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나요?
총 3가지 단계로 구성됩니다. 우선 선수단에 방문해 부상에 대한 설문을 하고, 각 관절에 맞는 움직임을 검사했습니다. 선수들이 어느 관절에 부상 경험이 있는지, 유연성과 기능은 어떤지 살피는 겁니다. 결과에 따라 스트레칭 프로그램과 근력 운동 프로그램을 약 2주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처음 진행했던 조사를 다시 진행해 이전 기록과 비교하는 리포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리포트는 지도자분과 선수들한테 보여주고 설명했습니다.
수도권보다 경상남도가 트레이닝 체계가 부족하다고 들었어요.
저는 경상남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초·중·고, 대학교까지 다 여기서 나왔어요. 어릴 때 꿈이 스포츠 선수들을 케어하는 트레이너가 되는 거였죠. 운이 좋게 서울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어요. 재활운동센터에서 일을 하는데 경상남도 선수들이 올라와서 케어를 받더라고요. 심지어 부상을 입었을 때에도 진료, 수술, 재활 훈련까지 서울로 올라와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부상이 있는 경상남도의 선수랑 저희 팀이 연결되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프로나 국가대표팀에 가야 부상 예방 경험을 할 수가 있어요. 선수들이 자기가 어디가 아픈지 체크하고 문제가 있는 관절을 움직이며 전문가의 케어를 받는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까 많이 쑥스러워했어요. 반면 좋아하기도 했죠. 마침 동계 훈련이 끝나서 피로가 누적되고 아픈 상황이었어요. 저희가 그런 문제도 해결해 줬죠. 이번 주는 소년체전 선발전 주간인데, 저희의 케어 덕분에 아픈 선수가 훈련에 참여하고 시합도 뛸 수 있게 됐다고 해요. 이렇듯 부상 예방은 엄청 필요한 시스템인데, 지역의 비인기 종목은 이런 부분이 특히 열악합니다.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서 의미가 깊습니다.
> 수강생들에게 테이핑을 가르치는 박중현 대표.
재활운동에도 관심을 가지셨었군요.
어릴 때 축구를 좀 좋아했어요. 발목을 많이 다쳐서 병원에 자주 다녔던 터라 부상의 관리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2002년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김남일 선수가 넘어졌는데, 그때 누가 뛰어가서 부축하고 파스를 뿌려준 모습이 깊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나중에 저런 분야에 내가 진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포츠학과 진학으로 이어졌고, 재활과 운동 처방까지 전공하게 됐습니다.
경상남도는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창원특례시가 큰 것에 비해 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전문 병원이 없어요. 그래서 고향에 이런 것들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서울에서 공부하고 재활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쌓았던 기술이나 경험을 경상남도의 선수들한테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오리진 헬스케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고향의 선수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젠 그냥 고향이 아닌 일할 수 있는 필드로 저에겐 더욱 의미 있는 지역이 됐습니다.
고향의 부족한 부분들을 몸소 메우고 계시네요.
이번 부상 예방 프로젝트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게끔 하려고 해요. 선수들이 꿈을 빨리 접지 않고 건강하게 도전할 수 있게끔 할 겁니다. 선수들이 프로나 국가대표팀에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세대 간의 연결까지도 바라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았던 선수들이 후배 세대 선수들을 이끌어 갈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
> 수강생들이 박중현 대표의 가르침에 따라 테이핑을 해보고 있다.
프로젝트를 하며 연결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선수는 아픈데, 지도자에게 말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상태가 더 악화하겠죠.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선수는 뛰고 싶은데 지도자가 선수 걱정에 쉬게 하는 거죠. 하지만 누군가 테이핑 같은 도움을 주면 뛸 수 있거든요. 선수가 어릴 경우에는 지도자와 소통이 더욱 잘 안 됩니다. 저희가 그래프로 부상률을 지도자께 보여드렸는데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어디 관절이 아픈지도 몰랐다는 거죠. 이렇듯 선수와 지도자를 연결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며 연결한 게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선수와 지도자 간의 심리적 거리까지도 함께 메우며 새로운 연결을 잇고 계시군요.
선수가 와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 이번에 뛰고 싶은데 지도자께서 안 봐 주신다며 대신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반대로 지도자가 물어보기도 해요. ‘꾀병 아니냐’는 거죠. 그런데 진짜 아팠던 거예요. 알고 보니 골절이었어요. 저희가 전문 인력이다 보니까 선수도 더욱 신뢰하고 고충을 말할 수 있게 됐고, 지도자도 마음을 열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어요.
경상남도의 학교에서는 이런 부상 예방 시스템이 잘 안 되어있다는 말씀이시죠?
수도권에는 학교 안에 담당 트레이너를 들이기도 해요.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경우 아무리 학교 스포츠 팀이라도 전문 인력이 있어야 창단이 가능해요. 재활 트레이너가 선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해줘야 프로 계약도 가능해요. 한국은 그런 시스템이 아직 미비하죠.
> 발목 테이핑 시범을 보이고 있는 박중현 대표자.
부상 예방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게 필요하겠네요.
제일 필요한 건 지도자들의 인식 개선이죠.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연세가 있으신 지도자분들은 은퇴하기 시작했어요. 30대가 지도자층으로 올라오니까 이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있어요. 다만 하고 싶은데 어디서 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금전적으로 부족하다는 어려움이 있죠.
다른 팀과의 연결도 있었나요?
네트워킹 모임에서 산청 지역의 ‘나와 이웃을 돌보는 건강지킴이’ 팀이 건강지킴이 가정 교육에 강사로 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어요. 수강생 분들의 열의가 대단했어요. 엄청 집중하고 잘 들어주셔서 저도 재미있게 강의했죠. 제가 경상남도 사회서비스원에 재활운동 강사로 등록이 돼 있고 실제 요양보호사나 돌봄 서비스를 하시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재활 운동이나 스포츠 테이핑 강의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강의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랑새 프로젝트’ 팀과 연결됐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무업 청년분들이 오신다고 했으니까요.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교양 활동이잖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시도해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 수강생들이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경상남도의 어떤 빈칸을 채웠다고 볼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땀’인 것 같아요. 우리는 선수들이 뛰는 무대만 관람하지만, 사실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 훈련을 많이 해요.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보강 운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니다. 김연아 선수도 빙상장이 아닌 복도에서 매트 깔아놓고 보강 운동을 했거든요. 저희의 활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을 선수들이 할 수 있게끔 독려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상남도 지역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선수들에게 ‘천천히 가는 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눈으로 보기에 멋지고 화려한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강도의 보강 운동도 선수들이 꾸준히 하기를 조언하고 싶어요. 지도자분들에게는 바쁘시겠지만 ‘선수들을 한 번 다시 들여다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글, 사진 : 차종관대학언론인, 기자 이후의 삶을 모색 중인 청년. 언젠가 문제해결 비즈니스를 일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