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공오오] 지역생활실험실@055 "만남" 편 : 우리의 만남을 ‘심사’라 부르진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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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1.29. 조회수 219
지역생활실험실@055

렛츠공오오 Let's 055

지역생활실험실@055 "만남" 편

* 렛츠공오오(Let's 055)는 경남이 가진 매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지역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을 통해 도전을 시도하는 리빙랩 프로젝트, 지역생활실험실@055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만남, 시작, 과정, 마무리 총 4편으로 풀어갑니다.


우리의 만남을 ‘심사’라 부르진 않을래

무려 50개의 신청서!  경남 지역에서 함께, 더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지역생활실험실@055 프로젝트 모집에 이렇게나 많은 신청서가 접수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 안에서 일부 프로젝트만을 선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각 신청서 안에는 경남 지역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만큼,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를 가르는 심사가 아닌, '지역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참가자들이 상상하고 있는 실험 이야기' 에 반응하고 지지하는 심사가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과를 떠나 이 프로젝트에 손을 내민 사람들이 그 과정 안에서도 새롭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고, ‘심사’라는 과정 대신 서로를 발견하고 응원하는 ‘상호 피드백’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호 피드백’ 과정을 거쳐 9개 팀이 선정되기는 했지만, 선정되지 않은 팀에게도 다양한 사람과 주제를 만나게 된 협력과 연결의 시간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사실 경남에서 협력과 연결의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이 마음은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모집하기 이전의 과정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연결, #새로움, #협력, #시너지. 이 키워드를 토대로 어떤 만남이 있었는지,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만남은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볼까요?

 

남들과는 좀 다르게, 느리게, 귀찮게

“협력과 교류에 중점을 두는 시도가 중요해요. 기회와 계기, 자리 자체가 만들어지는 것도요.”

“‘실험’이라는 단어가 좋아요. 성공이 보장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가능성과 매력이 프로젝트 선정 과정의 변별력으로 작용하면 어떨까 싶어요.”

“선정된 팀만 가는 것이 아니라 지원한 모든 팀 전체가 같이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팀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성과공유도 같이 하고 의견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도 있어야 할 것 같고요. 이런 것들이 선행적으로 약속되면 좋겠네요.”

이번 실험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런 멋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네트워크 파티’ 덕분이었는데요. 총 12번, 경남의 지역 곳곳을 방문하며 지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사업을 소개하는 일방향적인 만남이 아니라,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도 새로운 만남과 연결이 성사되었는데요. 덕분에 그 안에서 새로운 이들의 생각과 의견이 만나 시너지를 내며, ‘지역에 꼭 필요한 프로젝트’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의 장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파티 이야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 (클릭)

2주라는 시간 동안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경남지역 주체들과 만나 프로젝트의 더 나은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이야기를 듣고 반영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기존의 다른 프로젝트보다 한참 느릴 뿐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에게 한 번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귀찮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연결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로 인한 추진력을 얻어 또다른 만남과 연결을 향해 더 힘차게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대기실은 난생 처음이라

2023년의 끝자락, 새로운 프로젝트의 모집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네트워크 파티의 만남이 인사이트가 되어 모집 준비와 과정도 남달랐는데요. 지원신청서를 작성하면서 프로젝트의 과정과 연결을 고민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신청서의 각 항목을 구성했고, 플랫폼 상에서 선정기준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습니다. 기대만큼 활발하진 않았지만, 프로젝트 준비 카톡방도 운영해 그 안에서도 협력의 문화를 쌓아가려고 했답니다.

그리고 무려 50개의 신청서가 도착했습니다. 경남의 변화를 만들어가고픈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싶었던 반가움도 잠시, ‘상호 피드백’ 시간에 모든 프로젝트를 초대하기엔 어려워 심사숙고 끝에 17개의 프로젝트를 1차로 선정하고 직접 만나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거창, 함양, 산청, 합천, 하동, 사천, 남해, 통영, 고성, 창원, 양산, 그리고 피드백이 진행되는 밀양까지. 상호피드백을 위해 움직인 거리는 무려 3,504km로, 경남 곳곳에서 대이동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일찍부터 움직여 모인 ‘상호 피드백’은 늦은 오후까지 꽤 긴 시간 진행되었습니다. 아마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처음 시간을 안내받았을 때 ‘최종 프로젝트를 선정하기 위한 (일종의) 심사가 왜 이렇게 길게 진행되는지’ 의문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궁금하면서도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왔을 참여자들에게 이 자리에 대한 취지를 안내하고, 그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열어갈 수 있도록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모인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서서, ‘청년’, ‘예술’, ‘공간’ 등의 키워드에 해당될 때마다 한발짝 앞으로 나오는 시간이었는데요. 서로의 공통점을 그저 통계가 아니라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연결감을 만들어가기 위함이었습니다. 다들 첫 발은 어색하게 내딛었지만, 곧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띄며 인사하기도 하는 등 바깥의 추위와 긴장으로 얼어있던 몸과 마음을 조금씩 녹여내었습니다.

뒤이어 그라운드룰을 조별로 정해보는 시간과 점심 식사 시간을 함께 가지며,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은 각자의 지역, 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더 깊이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다른 누군가와 협업할 수 있는 지점을 새로 찾게 된 사람도 있고, 지역에서 혼자하던 고민이 더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되어 든든한 연대감을 느끼게 된 이도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상호 피드백 시간에 앞서 이러한 시간을 충분히 가진 덕분에, 자칫 긴장으로 물들 수 있었던 대기 시간이 많은 웃음과 이야기, 그리고 협력에 대한 아이디어들로 점철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즐겁고 시끌벅적한 대기시간이 또 있었을까요? 

 

마음을 열게 만든 피드백은 다시 시너지로

본격적인 ‘상호 피드백’ 시간을 갖기 전, 그라운드룰을 함께 정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으로 분위기가 조금 풀리게 된 시점에, 우리가 피드백 시간에 다같이 지키길 바라는 약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었죠. 이전에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아있는 피드백은 무엇이었는지, 반대로 도움이 되었던 피드백은 어떤 태도와 내용으로 이루어졌는지 등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진행할 상호 피드백이 서로에게 도움과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 함께 지키면 좋을 약속을 제안하고 모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안들은 실제 상호 피드백 현장에서도 자리 한 켠을 차지하고, 다같이 유념해야 할 ‘우리의 그라운드룰’이 되었습니다. 특히 모든 그룹에 거의 공통적으로 나온 ‘열린 마음’, ‘존중하는 태도’, ‘경청’, ‘긍정적인 리액션’ 등의 키워드는 오늘 우리가 모인 자리 그 자체를 정의하는 듯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피드백에 대해 이해를 맞춰나간 과정은 다시 말해 우리 안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나가는 과정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더해 피드백 키워드를 선택하고 추가적인 내용을 메모할 수 있는 ‘시너지-잇’ 카드를 미리 나눠주었습니다. 빈 종이에 작성할 때보다 덜 막막하게 느껴지도록 하고,  피드백이 충고나 지적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서로에 대한 강점과 협력 지점을 발굴하고,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유익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되어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도록 기대한 것이죠. 

현장에서의 장치 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상호 피드백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며 심사위원과 참가자에게 발표자료를 사전에 모두 전달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서로의 발표자료를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고, 열린 마음을 갖게 된 사전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네트워킹이 단계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지요. 그룹별로 들어간 상호 피드백 시간은 해당  자료와 소개를 토대로,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의 참여자가 하나의 그룹이 되어 함께 피드백을 나누며, 서로에게 참고가 되는 의견과 응원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전에 마련된 시간과 장치가 있었기에, 본 시간은 훨씬 협력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겉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연결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발견하고 실질적인 제안과 협업 의견이 오갔던, 모두에게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연결 더하기

우리가 “지역에서 함께, 더 즐겁게 살아가려면?”이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함께할 사람들을 만나고 잘 연결하는 것부터 그 시작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9개의 프로젝트에게만 최종 선정 결과를 알릴 수 있었지만, 선정되지 않은 팀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파티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도 함께 계속해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해 나가보려 합니다. 이런 연결의 의지가 새겨진 마음을 담아 미선정 팀에게 심사위원의 개별 피드백을 각각 전하기도 했는데요. 아래 심사위원의 총평에 적힌 이야기처럼 지금까지의 만남이 연결의 시작이 되어, 선정된 프로젝트의 여정 뿐만 아니라 경남 안팎으로 확장될 더 많은 연결을 함께 기대해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선정팀, 미선정팀 모두와 어떻게 하면 이 연결감을 이어가고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지원하고자 합니다. (...) 여기서 우리의 연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리고 싶고, 곧 다시 연결되어 만나기를 바랍니다." - 심사위원 총평 중

 

🖇️ 지역생활실험실@055와 연결되는 법

프로젝트 소개

 

📝 글 | 리디아 (데모스X 리빙랩팀 크루)

잘 살고 싶은데, 이왕이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움직이는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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