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사람과 지역 연결하는 ‘문화 주춧돌’ 놓았죠 - ‘지역생활실험실@055’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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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3.12. 조회수 91
지역생활실험실@055 경상남도

사람과 지역 연결하는 ‘문화 주춧돌’ 놓았죠

밀양소통협력센터 ‘지역생활실험실@055’ 프로젝트


“연결을 목적으로 해요. 사람과 사람을, 혹은 문제와 문제가 만날 수도 있겠죠. 지역사회 안에서 무언가 연결되면서 그 지역만의 고유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생각해요. 결국 그건 지역의 매력이 되겠죠?”

우리는 ‘사람이 모이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겨난 곳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말을 들어봤다. 그렇다면 이 말은 참일까? ‘맞다’고 답하려다 문득 ‘과연 그럴까’ 싶은 의심이 피어난다. 하지만 지방소멸의 위기에서 기대고 싶은 가설인 것은 분명하다. 막연한 의심 대신 행동하라던 누군가의 말처럼, 연결과 협력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밀양소통협력센터가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연결실험프로젝트 ‘지역생활실험실@055’이다.

지난해 말 센터에서 참여자를 모집할 때 적었던 프로젝트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지역의 문제를 나의 삶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과 관계를 연결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넘어 지역과 지역의 협력을 연결합니다’, ‘지역이 가진 강점을 매력으로 발견하고 포용성으로 환대하며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또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가능합니다’라고.

분명 좋은 말 같기는 한데 ‘연결’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뭘 이룰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어려워 다시 물으니 박은진 센터장으로부터 센터의 존재 이유를 알면 보다 이해가 쉽다는 말이 돌아왔다. 밀양소통협력센터는 행정안전부가 진행하는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로컬브랜딩이 주요 가치다. 전국 9개 거점이 있고, 밀양이 경남권역의 거점지역이다.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을 살고 싶은 지역으로 로컬브랜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센터의 역할입니다. 살고 싶은 지역이 되는 조건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역이 가진 매력이나 강점을 극대화하거나, 혹은 사람들이 서로 뭔가 어울릴 수 있는 어떤 기반을 마련하는 세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고요.”

쉽게 말해, 이번 프로젝트는 각자 지역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 그 안에서 연대감을 느끼고 같이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건 경남을 이루는 18개 시군 각 개별 지역의 이미지가 될 수도, 경남 전체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참여 프로젝트를 보면 이해가 더 쉽다. 가령 ‘밀양강 탐조대’는 밀양강의 매력을 발견하고 해마다 찾아오는 철새들을 환대하며 강과 새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생태 탐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해 시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생태계를 보전하겠다는 목적이다. 프로젝트는 밀양·창원·고성·거창·산청·합천·하동 등 6개 지역 총 9개팀이다. ‘모서리 프로젝트’는 합천과 산청의 경계에서 이들 두 지역 청년들이 자주, 오래,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의의를 뒀다. 지역 청년의 고립감을 탈피하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나와 이웃을 돌보는 건강지킴이 활동 모습./밀양소통협력센터/나와 이웃을 돌보는 건강지킴이 활동 모습
 
파랑새프로젝트 활동 모습./밀양소통협력센터/파랑새프로젝트 활동 모습
 
빈집공작소빈집공작소 활동 모습

‘빈집 공작소’는 빈집을 지역의 공유공간으로 활용해 지역청년들과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그로써 고성이라는 곳을 살 만한 곳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이다. 특히 목공하는 청년들과 공공예술하는 청년들의 연결을 기대한다. ‘하청업자 모집’은 하동에 있는 청년과 농업인, 자영업자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를 마련하는 프로젝트. 서로 간 연결과 시너지 효과를 확인해 정서적 경제적 도움과 활용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도모한다고.

‘파랑새 프로젝트’는 취업난과 무기력을 겪는 청년, 외로움과 소외감을 겪는 친구들에게 지역을 기반으로 느슨한 연결을 지속하며 안정과 지지를 제공하고자 한다. 다양한 고민을 가진 이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알로하로컬’은 청년으로서 거창에 귀농귀촌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떠올리며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거창지역 내 다양한 자원과 사람들을 연결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고립되지 않고 연결돼 거창이 깊이 있어지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나의 이웃을 돌보는 건강지킴이’는 산청 인근지역 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한방진료 등 건강관리를 지원하는가 하면 주민들엔 이웃을 돌볼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며 건강지킴이를 키워내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구수하당’은 건강한 지구와 사회를 위해 지속가능한 농업의 지역 모델 및 농부를 발굴해 우리땅의 식량작물을 활용한 한 끼 식사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시도다. 농부는 물론, 전통 식문화를 이어가는 장인 등이 일상에서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도록 연결하고자 한다.

‘부상예방학교’는 경남의 학생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부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연결하는 등 부상예방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부상예방 프로그램은 보통 수도권에 몰려있지만 부상은 선수생명에 치명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들 프로젝트 팀은 1~3월간 활동하며 센터로부터 적게는 700만원에서 900만원까지 지원을 받는다. 짧은 기간 적지 않은 돈이지만 센터에선 ‘임팩트를 만들어내기엔 적은 돈일 수 있다’고 말한다. 빈집공작소처럼 공간을 만들 경우 그 공간이 남아 지역의 커뮤니티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 박은진 센터장은 “당장의 성과 측정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지금은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단계라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서포트함으로써 나중엔 굳이 우리가 없어도 자생적으로 그 지역만의 생태계를 꾸리게 하는 주춧돌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센터장이 말하는 ‘지역 고유 생태계’는 그 지역 안에서 소통하고 연결되니 그곳을 떠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밀양만 해도 문화를 즐기고 싶으면 창원, 대구로 나가는데 나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내가 원하는 문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다면 지역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이유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그 가장 아래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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