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문제, 등기부등본 데이터로 톺아보고 위험성 인식하기

데모스X
발행일 2023.09.17. 조회수 205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 '공익중개사'팀은 지난 7월~8월 두 달여 간  대학동 주택의 등기부등본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세입자 주거권에 대한 이슈를 발견해보는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본 토론문은 9월 5일 공론장에서 함께 나눈 발제문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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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전문 보기

세입자의 주거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집 한 가구에 전세(혹은 월세)로 들어가 사는 동안, 우리가 아닌 집 문제로 우리가 받게 될 위험은 어떤 것들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안전하지 않은 집들은 등기부등본 상에서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등기부등본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발견되는 경향과 이슈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가설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는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고, 최근 전세사기 사건도 다수 발생했던 관악구 대학동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하나의 데이터셋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주거 관련 이슈를 탐색했습니다. 유독 복잡하고 지저분한(?) 내역을 가진 등본들, 워낙 항목이 많아 10페이지가 넘어가는 등본도 있었습니다. 물론 복잡한 등기부 내역들을 본다고 해당 주택이 실제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번 등기부등본 데이터 수집의 시작은 관악동작녹색당민달팽이유니온대학동 건물 2,136채 등본떼기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등기부등본을 떼고자 했던 표본의 공간적 범위, 즉 관악구 대학동(법정동은 신림동) 내에서 등본 데이터를 수집한 구역 범위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이중 구획 별로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나눈 9개 구역 가운데 4개 구역 1,124개 주택의 등본 정보를 우선적으로 수집한 데이터셋을 만들었습니다. 

등본 항목별로 수집한 다양한 등본 데이터 가운데, ‘갑구' 항목을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갑구에는 주택의 소유권과 함께 소유와 관련된 권리관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소유자(혹은 공유자)가 누구인지, 소유권이 누구에게로 언제 넘어갔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죠. 소유권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경우, ‘압류’와 ‘가압류'부터, ‘가등기'나 ‘신탁', ‘경매'와 같은 단어들도 볼 수 있습니다. 

실험실 멤버들은 갑구 항목의 주요 내역을 정리하면서, ‘사연 있는' 혹은 ‘수상해보이는' 집의 기준을 잡고, 그 기준에 해당되는 위험 단어들이 발견되는지, 얼마나 발견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가등기, 신탁, 압류, 가압류, 소유권이전등기가처분 - 6가지 항목 중 하나 이상의 이력(말소된 건 포함)이 있는 주택은 전체 1,124가구 중 364가구(약 32.4%)로 집계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등본 상에서 문제가 되었거나 될 만한 위험이 한 번 이상 있다고 명시된 주택이 약 1/3 가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만약 해당 주택에 세입자가 살고 있었을 경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과 권한을 박탈당한 상태로 말이지요.

물론 등본상으로는 임차 유무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집들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세입자가 얼마나 살았는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측하고, 상상해보고자 했습니다. 집이 거쳐온 시간 동안의 사연들은 곧 그 집에 살았을 사람들의 사연이기도 하니까요. 안전하지 않은 주거환경 이력과, 그것이 실제로 세입자에게 충분히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연결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약 20년이 넘는 시간 주택이 거쳐온 이력들을 연표로 정리해보고, 특정 시간대에 발생한 조치가 세입자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지 들여다보았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발제문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등기부 등본 데이터를 통해 각 주택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일들을 일부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대학동의 등기부 등본 데이터에서 더욱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데이터도 수집되어 비교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가 더해져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의 지역에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인중개사를 찾기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세입자의 권리가 제도적, 정책적으로 공고히 마련되기 이전까지는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안전한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관련 정보를 쌓고, 이렇게 공개된 등기부 등본을 통해서라도 위험성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이 활동은 이렇게 하나의 사례로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더 많은 손길과 관심이 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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