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새로운 중력을 상상하고, 연결하다

데모스X
발행일 2024-08-15 조회수 17
지연연결실험실@055

지역에서 사람, 공간, 자원을 연결하는 것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연결기획자’ 입니다. 지난 8월 14일, 밀양에서 열린 콜로키움에서 각 지역의 연결기획자들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역에서 연결을 기획한다는 것의 의미인지, 이 연결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발견, 연결의 시작

첫 번째 세션에서는 밀양소통협력센터의 사업을 연결망 분석 이론으로 정리한 연구에 대한 발표와 경남 지역의 사람, 공간, 자원을 연결했던 지역생활실험실@055의 사례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 발제자료 보기

첫 순서는 ‘2023 밀양소통협력센터 사회연결망 분석 연구’라는 제목으로 서울시립대 김희수 박사님이 발제했습니다. 연결기획자의 개념을 중심으로 그 역할과 지역사회에서의 적용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연결기획자는 다차원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공공과 민간 영역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연결기획자의 주요 역할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지역 자원을 발굴하는 발굴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실천가,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하는 네트워커,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자, 그리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창조자입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통해 지역사회 내 다양한 협력과 연결을 촉진하며, 밀양소통협력센터의 사례를 통해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결 기획자의 활동이 지역 내외의 네트워크 형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사회연결망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 밀양소통협력센터는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슨한 연결을 통한 새로운 협업의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발제자료 보기

두 번째 발제는 ‘지역생활실험실@055 - 나, 우리로부터의 연결의 가능성’을 주제로 사회적협동조합 박효경 이사님이 이어갔습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어떤 연결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는 결국 다시 우리 자신에게 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경남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시도, 지역 간의 느슨하지만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기 위한 네트워크 파티 등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히 공모사업 프로젝트 진행이 아닌, 지역 내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 사회의 고립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특히, 상호 피드백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보완하며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년, 생태, 자원, 돌봄 등 9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과 협력의 과정 속에서 지역생활실험실@055는 평가보다는 응원과 지지를 통한 새로운 문화 형성을 지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며, 작년부터 시작된 지역생활실험실이 올해 '지역연결실험실'로 이어지며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으로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세션1이 마무리 되고, 두 발제자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아래에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Q. 내향적인 사람들이의 연결 방식이 있다면?

박효경: 연결이 꼭 관계를 맺는 것만이 아니라, 원래 존재했던 연결을 발견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실천할 수 있으며, 이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도 다양한 연결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밀양소통협력센터의 연결의 시도 중, 인상 깊은 연결의 문화가 있는지?

박효경: 지역연결실험실을 통해 단순한 공모 사업이 아닌, 지역에서 연결을 실천하고 확장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희수: 지역의 문화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밀양대학교나 해천 생활권을 중심으로 DJ파티나 피크닉 등 생각지 못한 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를 조성하는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연결을 하고자 했던 목적과 목표의 달성 여부는?

김희수: 연구에서 지리산 이음, 제주 창조혁신센터를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사람 중심의 접근, 연결의 경계를 넓게 아우르며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이음처럼 10년 넘게 오랫동안 활동한 것 자체가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밀양소통협력센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연결을 만들어가면 좋을지?

김희수: 밀양소통협력센터는 경남권의 중간지원조직이라 경계가 넓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포괄적인 의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씨앗을 뿌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후에는 뿌린 씨앗들을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고민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발굴된 파트너들이 또 새로운 사람들과 연계되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결기획자라는 중력

▲ 발제자료 보기

이어지는 두 번째 세션에서는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결기획자들의 사례를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서로의 욕구와 필요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주제로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서민정 대표님이 대구의 사례를 발제했습니다.

내 마음 콩밭 협동조합은 그 이름처럼,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콩밭’을 가꾸고, 다른 사람들의 콩밭도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어려운 것들을 함께하는 방법을 디자인하고, 원래 존재하는 자원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되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주요 활동 방향입니다.

서민정 대표님은 특히, 커뮤니티와 플랫폼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며, 상호작용과 평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최종적으로 일하는 기획자와 참여 대상자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형 기획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구와 여러 지역에서의 협력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구에서 취향 모임을 발굴하고 운영하는 ‘취함(취향, 함께하다)’ 사업을 진행하며,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발제자료 보기

두 번째 발제는 ‘지면 너머 지역을 연결하는 미디어-문화-운동’을 주제로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님이 옥천의 사례를 발제했습니다. 경북 구미 출신인 박누리 편집장님은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 가야 성공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막연한 반감을 느끼며 자랐고, 결국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으로 언론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옥천이라는 작은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고,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며 지역 사회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사 작성 이외에 작은 학교 기록집을 만들거나 여성들과 함께 페미니즘 학교를 열며 지역 사회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때로는 조직 내외부에서 '이상한' 시선으로 비춰지기도 했고,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합니다. 결국, 2019년에 이직한 회사를 통해 지역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고, 월간 옥이네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누리 편집장님은 지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며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외부로 전파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결국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주여성, 옥천군 활동가들의 이야기, 동물보호조례 재정,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까지. 지역에서의 삶이 의미 있고 즐겁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옥천에 산지 15년이 되었지만 이러한 활동들을 이면에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들도 있습니다. 농촌에 대한 대상화와 낭만화, 조직과 개인의 성장, 지역에서 서로 이해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함께할 동료들, 자기 자신에 대한 돌봄 등 연결기획자로서의 고민과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 발제자료 보기

마지막 발제는 ‘블랜딩이 브랜딩이다’를 제목으로 비컴프렌즈 김지영 대표이사님이 양산 사례를 발제해주셨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처럼, 지역의 자원과 사람들을 연결하여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상세하게 공유했습니다.

'비컴프렌즈'는 도시 양봉 활동을 통해 환경 문제와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합니다. 꿀벌 개체 수 감소와 발달장애인의 제한된 사회 활동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연결하여, 발달장애인들이 도시 양봉가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생태 보존을 넘어, 발달장애인들의 자존감 향상과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증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아동과 비장애인 아동이 함께 하는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 발달장애인이 지역 주민들과 세대를 너머 연결되는 ‘뭐든학교’,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며 예술을 통한 소통과 협력을 실현하는 ‘극단 뭔들’, 다양한 커뮤니티 사업 사례를 통해 개인의 욕구를 넘어 공동체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결의 가능성

마지막 세션인 연결의 가능성,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세션2의 발제자들과 참여자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각 발제자들의 발제에 대한 질의응답과 참여자들의 소회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테이블1 요약
테이블1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역할과 방향성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몇몇 참여자들은 자신의 콘텐츠 부족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연결기획자 역할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운영과 컨설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연결기획자로서의 중립성과 참여자들에게 주는 감각적 영향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각자의 성격과 취향을 존중하고, 인위적인 조정 없이 다름을 인정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함에 대해 공감했습니다. 협력매니저로서의 역할과 연결기획자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실천적 경험과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중요하게 언급했습니다.

 

테이블2 요약
테이블2에서는 잡지 운영과 지역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다양한 질의를 주로 나눴습니다. 잡지 운영의 주요 고민은 인건비 마련과 지속 가능성 문제로, 잡지 자체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외부 사업을 연결해 인건비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는 경험 있는 인력이 부족해 서울로 가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떠나더라도 사람을 키워냈다는 자조적인 위로를 하기도 합니다.

월간 옥이네는 지역 관계망 덕분에 페미니즘과 같은 주제도 비교적 수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박누리 편집장님은 과거에는 의견 차이로 갈등이 단절로 이어졌으나, 이제는 상대방의 관점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작은 동네에서의 인적 자원 연결은 시간이 걸리지만 오히려 작은 동네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주변에 최대한 알리다 보면 나를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 생기고, 시간이 연결을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에 참여자들이 함께 공감했습니다.

 

테이블3 요약
테이블3의 참여자들은 다양한 조직 운영과 활동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김지영 대표이사님은 발달장애 부모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찾는 과정이 중요했고 특히,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나다움'을 찾는 것이 필수적임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발달장애 부모들이 제빵과 같은 한정된 직업 외에 도시양봉 등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과정에서 도시 생태계와 연계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꿀벌 생태계와 같은 활동이 발달장애인의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지속적인 공부와 시행착오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했습니다.

발달장애 아동들이 부모가 없이도 자녀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와 국가의 책임이 필요하며,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참여자들의 소회

  • 연결기획자라는 단어가 제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원사업이 아니라도 의지 있는 사람들끼리 계속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연결기획자의 역할을 현장에서 더 알리고 싶습니다.
  • 바람직한 플랫폼이 무얼까 그림으로 들으니 이해가 빠르고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사례가 다 부럽고 배우고 싶었어요.
  • 새로운 분야의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각 지역의 연결기획자들이 더 많은 연결을 기획하고, 로컬이 환대하면, 그 지역은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입니다. 이번 콜로키움을 통해 이 감각을 함께 공유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지역 내외의 더 많은 연결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