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X6411의 목소리] 노동자들의 새벽 입김을 담은 숫자, 6411번

데모스X
발행일 2024-08-02 조회수 372
꿋꿋 프로젝트

국회로 간 6411의 목소리 

간혹 숫자는 수를 표시하는 것 외에도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6411, 이 번호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시나요? 암호 같기도 한 이 번호는 개포동 행 ‘버스 번호’인데요. 수많은 버스 중, 이 6411번 버스가 특별해진 이유는 바로 이 버스 첫차를 타는 탑승객들 때문입니다. 

매일 새벽 4시, 6411번 버스의 첫 차의 탑승객 대부분은 강남빌딩을 청소하는 청소 노동자입니다. 새벽 4시 아니, 보다 더 이른 시간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버스를 타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건물 청소하기 위해. 단 하루도 멈춘 적 없는 6411번 버스처럼, 이 버스를 타는 탑승객들도 노동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새벽 입김 어린 노동을 모릅니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투명인간’이라고.

스스로 투명인간이라 부르게 된 사람들

2024년 7월 17일 뜨거운 여름, 6411의 목소리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다시 울렸습니다. <국회로 간 6411의 목소리>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노회찬 재단이 공동 주최하여 과거 6411번 버스에 노동자들의 새벽 입김을 담았던 것처럼, 스스로 투명인간이라 칭하게 된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입니다. 당사자들이 국회에서 직접 발언하고,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 드믄 일인 만큼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많은 국회의원분들이 참석해 주었는데요. 이날 당사자들이 발언하고 국회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요구안은 데모스X에서 다시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김남근, 김남희, 김성환, 서왕진, 신장식, 박주민, 용혜인, 윤종오, 한창민 국회의원에게 필자들이 책과 편지를 전달했다.  

⏶ 노회찬 재단 조승수 이사장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책을 전달했다. @노회찬재단

이날 자리는 노회찬 재단의 조승수 이사장님과 우원식 국회의장님의 인사말로 시작을 열었습니다. 조승수 이사장님은 ‘투명인간으로 존재하던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했을 때, 비로소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이 자리를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주셨습니다.  인사말이 끝나고 타투이스트 김도윤 님이 첫 번째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투명인간 아닌, 예술가 타투이스트

⏶ 타투이스트 김도윤 님 @노회찬재단

타투이스트 김도윤 님은 ‘이 땅에서는 무조건 불법' 제목으로 한국 타투이스트가 마주한 현실에 대해 얘기해 주셨습니다. 김도윤 님은 세계 최고의 타투이스트의 성이 ‘김’ 혹은 ‘박’일 정도로 한국 타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 한 곳,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해 불법 노동자처럼 일하고 있다며, 그 안타까운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 문제를 넘어 1년에 1~2명이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15년, 고용노동부가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직업코드 42299를 부여해 주었고, 국회의원과 의사 심지어 법조인까지도 타투를 하고자 타투이스트를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모순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인식은 바꾸고 변화는 더 설명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 투명인간 아닌, 경쟁력을 갖춘 인재

⏶ 발달장애인 취업지원센터장 이은자 님 @노회찬재단

발달장애인 취업지원센터장 이은자 님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함께 ‘장애인에게 진짜 필요한 것'에 대해 짚어주셨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낮은 이해로 한국 정책과 기업은 채용을 거부하거나 단순 인건비 지원사업에 그쳐 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당사자들은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것을 반복하고, 기업은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아 벌금을 내는 사회적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각자의 강점이 있듯 장애인들만이 가지는 특별한 강점이 있으며, 이것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충분히 경쟁력 인재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은자 님은 ‘장애인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경제활동을 넘어 스스로 존엄성을 갖는 활동’이라며 그 중요성을 다시 짚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자선이 아닌 기회’라며, ‘평등한 기회와 조건을 줘야 한다’하고 발표를 마쳤습니다.

🤲 투명인간 아닌, 돌봄 노동 경력 보유 청년

⏶ 가족 돌봄 청년, 연구자 김아롱 님 @노회찬재단

‘돌봄'은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것에만 해당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자녀가 부모의 부모가 되어 돌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 돌봄 청년’ 김아롱님은 자신과 주변 경험담을 얘기하며, 돌봄과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혹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돌봄청년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아픈 가족을 우선 시 해야 하는 돌봄 청년은 생애주기에 맞춰 살기가 어려워 자신의 학업이나 일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그럼 사회와 쉽게 단절이 되고,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마음의 병으로 이어져 또래 청년들보다 우울증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김아롱 님은 ‘가족 돌봄'과 ‘돌봄 청년이 겪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며, ‘돌봄도 사회적 경험으로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투명인간 아닌, 동료를 찾아 운전하는 대리운전사

⏶ 대리운전기사 이미영 님 @노회찬재단

영국 가디언지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밤의 유령'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그만큼 대리운전기사는 사회와 접점이 거의 없습니다. 카부기공제회장이자 11년 차 여성 대리운전기사인 이미영 님은 ‘대리운전기사야 말로 대표적인 투명인간’이라며, 사각지대에 있는 대리운전기사의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야간 업무 특성으로 가족과 멀어질 뿐 아니라, 같은 대리기사도 동료보다는 경쟁자로 인식하며, 대부분이 취객인 손님에게는 온갖 모욕과 갑질을 당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고립을 자처하여, 기본적 의료지원이나 도움을 받지 못해 중증 질병을 얻거나 심하게는 고독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대리운전기사는 사람 그리고 사회와 연결이 필수적이며, 투명인간이 아닌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간절한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출처 : 참여와 혁신

 

6411번, 이번 정류장은 ‘보이는 노동'역입니다.

네 분의 발제를 마치고 둘러앉아 각자의 목표를 나누었습니다. 발제자 네 분뿐만 아니라 현장에 참석한 학교급식 노동자, 금속노조 자동차 노동자, 마루시공 노동자분들도 마이크를 잡았는데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노동이 아닌, ‘보이는 노동'으로 인정받고 싶다며 함께 목소리를 내주셨습니다.  

⏶ 국회로 간 6411의 목소리 참가자 단체 사진 @노회찬재단

우리는 스스로 투명인간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어쩌면 투명인간으로 남고 싶지 않았기에 이름을 붙였을 지도 모릅니다. 여기 존재하고 있다. 제발, 우리 목소리 좀 들어달라.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는 6411번 버스처럼 우리의 대화도 여기서 멈춰선 안 됩니다. 빠띠에서는 그 대화를 함께 지속해 줄 모임장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대화의 장'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게 아닙니다. 나의 옆자리 동료 혹은 친구와 함께 얘기 나누는 것을 시작하면 됩니다, 6411번 버스처럼요. 그 대화모임의 장을 열고 싶다면, 지금 신청하세요. 

 

쑥채 | unchea7588@gmail.com

사람이 모이는 판을 짜는 프로 사부작러(바스락,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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